美·EU 통상 회의 출발부터 삐걱…EU 고위당국자 "IRA 논의 불충분, 불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차별 문제를 두고 미국과 유럽 간 갈등 해결 노력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5일(현지시간) 무역 통상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는 무역기술위원회(TTC) 회의에 EU 고위 당국자가 불참을 통보했다.
티에리 브레통 EU 내수시장 집행위원은 TTC 회의가 IRA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데 너무 적은 시간을 배정했다고 불만을 제기한 뒤 회의 참석을 취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전했다.
브레통 집행위원 측은 성명을 통해 "(회의 의제는) 많은 유럽 산업장관과 기업이 우려하는 문제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라면서 "45분간의 점심시간에 IRA를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브레통) 집행위원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브레통 집행위원이 내년 초 미국 정계와 정책 당국자들을 면담하기 위해 별도로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IRA에 따라 미국산 전기차에 관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유럽 기업을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미국 보조금이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의무 위반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TTC 회의는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양측 간 통상 분쟁을 해소하고 통상·기술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됐으며, 이번이 세 번째 회의다. 중국의 기술 굴기와 시장 교란에 맞서 전략을 논의하고, 양측이 무역 관련 갈등을 조정하자는 취지다.
미국과 EU가 글로벌 무역·경제·기술 문제에 대한 접근을 조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의가 미국 IRA 갈등으로 출발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미국 측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 측에선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집행위원 등이 참석한다.
로이터통신은 먼저 입수한 공동 성명안(案)에는 IRA 문제 관련 해법은 담겨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EU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EU 집행위원장실을 수장으로 하는 고위급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0월 출범시켰지만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IRA에 따른 차별 문제를 제기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법에 결함(glitches)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조정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
유럽은 미국이 IRA 정책을 강행할 경우 여러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EU 브뤼셀 외교관들은 대중국 전략을 유럽과 조율하길 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욕구를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는 방안도 레버리지로 여기고 있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WP에 "중국에 관해 얘기하고 싶으면, IRA에 관해서도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미국과 통상 전쟁을 벌이고 싶지는 않지만, 미국이 강행한다면 그런 극단적인 수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산 구매 법(Buy European Act)" 아이디어를 띄우기도 했다.
한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윤관석(더불어민주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김한정(민주당)·최형두 의원(국민의힘) 으로 구성된 정부·국회 합동대표단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해결을 요청하기 위해 이날 미국을 방문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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