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의 독립 책방, 통영 '고양이회관'
[강상도 기자]
어릴 적 시골에는 제법 길고양이가 많았다. 고양이는 은근슬쩍 헛간에 자리를 잡았고 알 수 없는 동거는 이사 가기 전까지 이어졌다. 어느 때는 햇살 좋은 마당에서 뒹굴고 어느 때는 방에 들어와 애교를 부렸다. 그 와중에 묘한 감정이 생겼고 한 식구라는 의미를 그때 알았다.
▲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여 고양이 소재로 한 책방으로 꾸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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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흐르는 한적한 바닷가가 아름다움을 품은 통영의 용남면 대안마을에 독립 책방이 들어섰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김미진 대표(작가)는 고양이를 좋아하여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고, 그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오래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여 고양이 회관을 열었다.
▲ 김미진 대표(작가)는 디자인과 굿즈와 함께 원데이 클래스를 활동하며 고양이 그림책을 집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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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에는 고양이 관련 그림책과 일반책들이 북큐레이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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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였다. 디자인과 굿즈와 함께 원데이 클래스를 활동하며 고양이 그림책을 집필하고 있다. 미진씨의 책방은 좋아하는 '고양이' 매개로 책과 이웃, 동물과 자연, 삶이 이어주는 책방은 그저 자연스러움이 만남이 되고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김미진 대표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학교도서관이 주는 편안함에 매일 찾아 책을 읽었다. 사서 선생님과는 친할 정도로 추천도서도 독후감을 챙겨 주셨다. 시험을 끝나면 늘 도서관에 들러 소소한 일탈을 즐겼다.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독점하듯이 서가를 서성이며 우연히 보물 같은 책을 찾았을 때 그 행복감을 오래동안 잊지 못했다고 한다.
직장을 다닌 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고양이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은 친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그림을 친구나 지인들이 칭찬해 주면 너무 행복했었다. 고양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책방을 찾았다. 만나는 책방지기마다 한결같이 "책방만으로 버틸 수 없다. 카페와 기념품, 자기만이 잘할 수 있는 특색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책방 창문에서 바라본 가을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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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을 방문한 손님들이 남긴 글과 그림에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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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책으로는 기쿠치 치키가 쓰고 그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그림책이 있다. 타인으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로가 때론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이라 오늘날 각박한 세상에 꼭 필요하다면 누구나 쉽고 감명 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했다.
미진씨는 책방 손님들이 고양이에게 힐링되고 위로받으며 조금이나마 일상을 일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고양이 발자국이 남긴 메시지를 따라 책방지기의 또 다른 하루가 궁금하다. 고양이 매력에 빠진 날 그날 하루는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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