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저승사자의 노크' 경고 무시하다 심혈관질환 키운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2. 12. 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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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 3명 중 1명 고혈압, 증상 없어 방치 쉬워
혈관벽에 큰 압력… 심장·뇌·신장·눈 손상 지속
35세 미만 젊은 환자일수록 합병증 위험성 커져
12~2월, 심근경색 등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최다
추운 겨울철 혈압 관리 더 철저히 해야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 '저승사자의 경고' 등 무서운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각하기 어렵고, 방치했을 때에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질병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고혈압을 관상동맥질환·뇌졸중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고혈압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이며, 미국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7년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Hg) 미만에서 130/80 미만으로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기존에는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이 140/90이었지만 올해 개정된 지침에서는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환자군'의 경우 목표 혈압을 130/80까지 낮추도록 권고했다.

심근경색·뇌졸중 환자 70% 이상 고혈압 갖고 있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처음 발병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70%, 처음 발병한 뇌졸중 환자의 약 80%는 이미 고혈압을 갖고 있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미국의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 5위는 뇌졸중으로 연간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인구만 85만명에 달하고, 이는 전체 사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한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인 심장연구(Korean Heart Study) 분석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위험도는 남성 27.2%, 여성 23.7%다. 심뇌혈관질환의 4분의 1은 고혈압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만으로 예방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인 5명 중 1명(19.6%)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9.9%로 가장 많았고, 뇌혈관질환은 7.1%를 차지했다.

고혈압 하나에 합병증은 수십 가지

고혈압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우리 몸속 혈관은 10만㎞에 달한다. 모든 인체 장기들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혈관은 '생명의 고속도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벽이 받는 압력이 커지고 혈관은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게 된다. 이때 염증세포가 발생하면서 상처 부위에 혈전(피떡)이 생기고 혈관을 막으면 주요 장기들에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고혈압 합병증이 잘 생기는 기관은 심장, 뇌, 신장(콩팥), 눈 등이 있다.

심장을 둘러싼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동아대병원 공동연구팀이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KHGS) 자료를 바탕으로 1만38명을 10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130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정상인(수축기 혈압 120 미만)보다 76.7% 높았으며, 급성 심근경색 등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0.7%까지 증가했다.

뇌도 위험하다. 뇌는 우리 몸에서 혈류가 가장 많이 가는 장기다. 고혈압은 뇌졸중을 일으키는 강력한 위험인자이다. 3만603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약 17년동안 분석한 결과, 40세 이후 수축기 혈압이 정상(120 미만)인 사람들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120~139로 높았던 사람의 뇌졸중 위험도는 35% 높았고, 130~139인 사람의 뇌졸중 위험도는 62%, 140 이상인 사람들의 뇌졸중 위험도는 89%까지 높아졌다.

이 밖에도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신장 기능이 악화되면서 신경화증, 만성 콩팥병, 요독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높은 혈압은 망막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감소시켜 망막이 손상되고 고혈압성 망막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 합병증, 젊다고 안심할 순 없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성은 젊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30대 남녀 약 249만명을 10년간 추적·분석했다. 그 결과, 수축기 혈압이 140 이상의 고혈압 환자들은 정상 혈압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남성 76%, 여성 85% 높아졌으며, 고혈압 전단계인 사람들의 경우에도 남성은 25%, 여성은 27% 위험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에 의해 심장, 뇌, 눈, 신장, 망막에 나타나는 손상을 '표적장기 손상'이라고 하는데, 35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 고혈압을 진단받은 경우 합병증으로 인한 표적장기 손상 발병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관리는 겨울에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전두수 교수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며 "고혈압을 오랫동안 앓아온 사람은 특히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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