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손상 심할 땐 인공관절 수술도 고려"[헬스조선 명의]

오상훈 기자 2022. 1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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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어깨 인공관절 치환술 명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정진영 교수
 

어깨가 아프면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동작 자체가 확 줄어든다. 운전대를 잡는 것도 어려워 생활 반경이 좁아지기도 한다. 특히 팔을 돌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움직임이 제한되는 건 물론 누울 때마다 강한 통증이 발생해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봉합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전층파열됐거나 근육이 지방 조직으로 변성됐다면 꿰매기도 어렵다. 이럴 땐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심한 회전근개 파열엔 예후가 뛰어난 역행성 인공관절 수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정진영 교수에게 물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정진영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어깨는 왜 자주 아픈가?
어깨는 다른 관절과 달리 360도 돌아간다.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손상될 위험도 크다. 무릎 같은 하지 근육은 걷고 뛰고 움직이면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된다. 그런데 어깨는 특별히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을 단련한 기회가 없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이러면 비교적 약한 외력에도 어깨 관절의 손상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어깨 통증은 주로 언제 심해지나?
밤에 누웠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빛, 소리 등 외부 자극이 없으니 통증이 부각되는 것이다. 게다가 어깨는 몸의 중심과 가깝다보니 같은 통증이라도 더 아프게 느껴진다. 통증 때문에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통증이 더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들엔 어떤 것들이 있나?
굉장히 많다. 크게 염증, 불안정증, 인대손상, 골절로 나눠볼 수 있다. 골절은 명백한 외상이 있을 때 발생하고 불안정증은 대개 10~20대에 흔하다. 어느 정도 연령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어깨 통증의 원인으로는 석회성건염·오십견 등의 염증, 회전근개 손상 등의 인대손상이 흔하다.
회전근개 손상과 오십견의 통증 양상은 다르지만 일반인이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오십견과 회전근개 손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오십견의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를 싸고 있는 관절낭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지고 신축성이 없어지며 발병한다. 오십견은 통증과 움직임 제한이 심하다. 다른 사람이 대신 움직여줘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능동적 관절 운동과 수동적 관절 운동의 범위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회전근개 손상은 조금 다르다. 회전근개는 총 4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의 역할이 있다. 모든 근육이 한꺼번에 손상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팔을 올리는 근육이 가장 많이 손상된다. 이러면 팔을 위로 올릴 때만 아프다. 다른 사람이 올려주면 이른바 수동적 관절 운동은 가능하다. 그런데 실제로 두 질환이 동반되기도 하고 회전근개 파열이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환자 입장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흔히 아픈 부위다 보니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응급을 요하는 경우는 골절이나 감염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3개월 정도의 보존치료를 요구한다. 약물치료, 운동치료, 주사 요법 등이 있다. 문제는 보존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다. 예컨대 회전근개는 근육이다 보니 손상되면 수축한다. 수축하면 수축할수록 손상 범위는 점점 커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정도의 손상이 전층파열로 나아가는 데 평균 2년 정도가 걸린다. 저절로 봉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손상 범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근육은 쪼그라들고 지방으로 변성된다. 이러면 근육을 꿰매지도 못한다. 이처럼 어깨 관절 질환은 대부분 방치하면 큰 수술로 이어진다.

-큰 수술이란 무엇인가?
인공관절 수술이다. 관절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된다. 연골이 사라져 뼈가 노출되면 마모되고 변형된다. 변형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관절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변형된 뼈들을 제거하고 인공물질로 새로운 관절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등이 심하게 진행했을 때 적용한다.

-회전근개 손상은 다른가?
회전근개 손상 정도가 심하거나 관절염이 동반됐다면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이 유리하다. 일반적인 인공관절이 원래 관절을 최대한 비슷하게 대체하는 것이라면 역행성은 말 그대로 거꾸로다. 인공관절의 둥근 머리뼈(상완골두)가 견갑골 관절와로 가고 머리뼈를 받아주는 콘 부분이 원래 상완골두가 있는 위치로 가게 된다. 이러면 역학적으로 움직임의 중심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전근개가 아닌 삼각근을 이용해 팔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인공관절 치환술 네비게이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정진영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인공관절 수술의 최신 치료 동향은 어떤가?
인공관절을 삽입할 땐 원래 관절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런 만큼 사전 검사가 중요하다. 멀쩡한 뼈를 잘라내 인공물질로 대체하는 건 쉽지만 이미 변형된 뼈의 원래 모습을 대체하는 건 훨씬 어렵다. 미리 제조한 인공관절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

최근엔 시뮬레이션을 돕는 기기들이 많이 발전했다. 3D 프린터를 통해서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를 만드는 ‘PSI(Patient-specific guide)’나 인공 관절 및 도구들이 수술 부위에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게 돕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다.

역행성 인공관절은 오래되지 않았다. 시행된 지 10년 조금 넘었기 때문에 적응증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수술 대상 연령이 조금씩 낮아져 65세까지 확대됐다. 인공관절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일부는 머리뼈만 갈아 끼우기도 한다.

-인공관절만 끼우면 운동까지 할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무리하게 충격을 주는 건 좋지 않다. 재형성하는 인체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을 포함한 일반적인 활동은 가능하다. 어깨 인공관절의 수명은 평균 10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수술 전 환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인공물질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감염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감염이 발생하면 삽입했던 인공관절을 모두 빼내고 다시 삽입해야 할 수도 있다. 모든 수술이 마찬가지지만 흡연이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피한다. 주사를 많이 맞는 것도 좋지 않고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요새는 심장 질환으로 아스피린 등의 약재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수술할 때는 출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수술 후 재활도 중요하다던데?
수술 전후 모두 중요하다. 어깨는 다른 관절과 달리 주변 근육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특히 회전근개가 약하면 뼈가 조금씩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한 회전근개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테라밴드를 이용해 팔을 안쪽·바깥쪽 등으로 움직여주는 동작이다. 운동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예컨대 회전근개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각근 운동을 하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인터넷이나 비전문가의 이야기를 따르는 건 위험하다.

-어깨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또는 앞으로 받을 환자에게 남길 말이 있다면?
자동차도 잘만 쓰면 10년, 20년 사용한다. 그런데 세워만 둔다고 오래 쓰는 건 아니다. 적절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인공관절도 똑같다. 적절하게 운동하고 잘 사용하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어깨 관절 수술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의 수술을 받은 뒤니까 잘 관리해서 평생 쓰기를 바란다.

정진영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에서 학사와 동대학원에서 박사를 마치고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기획조정실장과 정형외과 교수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견관절로 관절염 및 인공관절, 오십견 및 어깨 통증이다.

현재 대한골부연부조직이식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정진영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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