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집중력 지키기

2022. 12. 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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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flowstate'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쓰고 있다.

'flowstate'는 5초 이상 타이핑을 하지 않으면 그동안 적은 내용이 모두 지워지는 극악무도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타인의 소식을 실시간 알려주고 '좋아요'나 '알림' 기능을 통해 즉각적인 도파민을 제공하는 SNS를 시작하고 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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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나는 이 글을 ‘flowstate’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쓰고 있다. ‘flowstate’는 5초 이상 타이핑을 하지 않으면 그동안 적은 내용이 모두 지워지는 극악무도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핑하지 않는 동안에는 글씨가 서서히 흐려지면서 쓰는 사람의 공포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정해둔 시간만큼은 애플리케이션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딴짓을 할 수 없다. 의지가 허약한 나 같은 작가에게는 특효약이다.

원래도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로는 무언가에 몰두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타인의 소식을 실시간 알려주고 ‘좋아요’나 ‘알림’ 기능을 통해 즉각적인 도파민을 제공하는 SNS를 시작하고 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도 이런저런 SNS를 들락거리다 보면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러 있다. 논문 마감이 코앞이었던 어느 날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나머지 잠시 유튜브를 켰다가 밤새도록 ‘쇼츠’를 넘겨본 적도 있다. 다음 날 느낀 피로감과 자괴감은 굉장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에 살았던 작가와 학자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스마트폰 너머에서는 유능한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어떻게 유저들의 눈을 머물게 할지 하루 종일 고민 중이기에 나약한 개인으로서는 그런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우리의 집중력과 의지력은 누군가의 수익과 교환되는 것이다. 이 모든 프로세스는 자본과 연결돼 있다. 피로감에 지친 나머지 온라인의 모든 연결을 끊어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나 같은 프리랜서에게 SNS는 일종의 포트폴리오이자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십년 내로 모든 SNS를 관두고 온라인 속세를 떠나는 것이 목표라고 주변에 이야기했지만 온라인에 드러나지 않는 존재는 쉽게 잊히기 마련이고, 잊힘에 대한 두려움은 나에게도 강력한 것이기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오늘도 ‘flowstate’를 켜고, 명상을 하고, 조금이나마 쾌적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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