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언론의 역할과 책임

2022. 12. 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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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이 거부되자 탑승 거부 이유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 이유는 국익 훼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 후 수행원들과 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자막까지 넣어 보도해 한·미동맹을 흔들고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언론 자유도 중요하지만 보도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다는 것이 논란의 중심이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미국 워터게이트 스캔들처럼 정치권의 부정한 행위를 단죄하는 데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 재선을 위해 민주당 선거대책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던 것을 폭로한 사건이었다. 불법적으로 선거 정보를 취득한 것이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딥 스로트’라는 익명의 고위 관리 제보에 따라 사건을 끝까지 추적했고, 닉슨이 도청을 지시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특별검사로 아치볼드 콕스가 임명됐다. 콕스는 사건 전모와 은폐 의혹을 규명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보복으로 파면됐다. 조사 결과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 결의가 가결됐고, 닉슨은 미 역사상 최초로 1974년 8월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1986년에는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있었다. 레이건 행정부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에 억류된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적대국’인 이란에 무기를 팔았고, 무기 대금으로 니카라과 공산정권에 저항하는 콘트라 반군을 비밀리에 지원했다. 1986년 10월 니카라과 정부군은 미국 민간항공 화물기를 격추시켰다. 격추 당시 생존자가 있었다. 생존자는 자신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고용됐으며, 콘트라 반군을 지원할 군수물자를 운송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레바논의 아쉬시라 신문이 미국산 무기의 이란 유출을 폭로했다. 파장은 컸다. 이란은 미국의 무기수출 금지국이었다. 인질 석방을 위해 ‘테러범과는 흥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외교의 기본 원칙도 어겼다. 또한 ‘반군에 대한 군수지원을 금지’한 블란드법도 어겼다. 미 의회에 의해 특별검사로 임명된 로런스 월시는 백악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강행해 백악관 존 포인덱스터 안보보좌관, 국가안보회의 올리버 노스 보좌관 등 핵심 측근들을 기소했다.

이런 사례는 언론의 폭로, 의회의 조사, 그리고 사법부의 기소로 이어지게 한 언론의 자유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는 진실이다. 부정확한 뉴스를 퍼트렸을 때의 대가는 처참했다.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국방장관 아리엘 샤론이 해임되는 사건이 있었다. 1982년 베이루트의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캠프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살생을 승인했다는 타임지의 폭로 때문이었다. 또 다른 것은 월남전이 한참이던 1964년부터 4년간 재임한 윌리엄 워스트모어랜드 장군이 월맹군 숫자를 속여 의회에 보고했다고 CBS가 폭로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의회는 징집을 계속 승인했고 무고한 미국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1985년 레이건 행정부는 두 언론사의 보도가 ‘진실을 왜곡해 국익을 해할 뿐 아니라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점을 부각했다. 보수 세력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변호사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한다. 두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법정은 소송 당사자가 입은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두 언론사는 막대한 법률 비용과 보상을 지불했다. 이후 미국 언론사는 보도에 있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아닌 제보의 진실을 확인하는 책임성이 강화됐다.

우리 사회는 가짜 뉴스로 사회 분열과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진실보다는 언론전에 가세한 지원 사격으로 왜곡을 강화시킨다. 미국 방문 때 있었던 대통령 발언은 최첨단 기계로도 판별하지 못한 대통령의 음성, 그것도 외교적 파장이 큰 사안을 주관적 근거를 가지고 썼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확인은 할 수 없다. 괴테는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것은 그것을 남용하려는 자들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행동으로 진실을 찾는 실천하는 자의 모습이지, 목적을 위해 입과 머리로만 부르짖는 자의 몫은 아닐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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