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시시각각]“장롱도 이자를 주나 보지요?”
이자 포기하고 장기간 현금 보관
비상식적으로 돈 관리한 이유 뭘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테크에 밝은 정치인이다. 그는 28세에 처음으로 친구의 권유로 주식에 손을 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작전주여서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었다. 그는 “그 뒤로 갑자기 일하기가 싫어져 하루 종일 단타만 하게 되더라. 결국 단타도 성에 안 차서 선물, 콜옵션, 풋옵션 매도까지 했다”(삼프로TV 인터뷰)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성남시장에 취임한 뒤 2010년에 공개한 첫 공직자 재산신고를 보면 전체 재산 18억3179만원 중 주식만 9억3736만원이었다.
이런 이재(理財) 본능이 있으니 대선에서 패배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2억3000만원대의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의 삶 궤적에서 보면 오히려 일관성 있는 재테크 감각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재태크에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그가 현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검찰이 이 대표가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억대 현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돈이 대장동 일당 측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들여다본다는 것인데, 이 대표 측은 즉각 해명문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대선 경선 기탁금, 사무실 임차 비용 등으로 2억7000여만원을 처리하기 위해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농협 계좌에 입금했다. 그 현금은 2019년 3월 20일 1억5000만원 인출, 같은 해 10월 25일 5000만원 인출, 2020년 3월 모친상 조의금 등으로 보관 중인 돈이었으며 해당 현금 보유는 재산신고를 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거액을 집에 장기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저금리 시절이었다지만 2억원을 2년 정도 은행에서 굴리면 세금을 빼도 최소 500만원 이상의 이자 수입이 생긴다. 그런 수익을 포기하고 2억원을 굳이 장롱에 넣어 둔 사연이 뭘까.
게다가 이 대표는 2019년 10월 자신의 분당 아파트를 담보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찬진 변호사로부터 5억원을 빌린 사실이 재산 내역에 나와 있다. 이 대표 해명대로라면 당시 갖고 있던 2억원의 현금은 2021년 6월까지 고스란히 집 안에 놔둔 채 별도로 5억원을 빌린 셈이 된다. 이게 납득할 수 있는 얘기인가? 2019년 재산 내역을 보면 당시 이 대표는 현금 2억원을 포함해 총 16억6794만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었다. 재산 상태만 놓고 보면 지인에게 5억원을 빌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이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주택담보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시 은행에서 저리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더 높은 금리로 지인에게 5억원이나 빌렸다는 건 평소 이 대표의 재테크 감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던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장롱 속 뭉칫돈도 비슷한 의문을 낳는다. 지난달 검찰이 노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장롱 속에 있던 현금 3억여원을 발견했다. 이에 노 의원 측은 당 인사들에게 “2020년 출판기념회 때 남은 돈과 부친 부의금”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 이자를 포기하고 굳이 거액을 장롱에 보관한 까닭이 뭘까. 찾아보니 노 의원의 부친상은 2014년이다. 부의금을 8년간이나 현금으로 보관 중이었다고?
이재명 대표는 2012년 성남시장 시절 “참 이상하죠? 돈 많은 분들은 왜 돈을 장롱에 보관할까요. 장롱도 이자를 주나 보지요?”라는 트윗을 날린 적이 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장롱엔 돈을 100년을 넣어 봐야 1원도 안 붙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에는 굳이 이자를 포기해 가며 장롱에 거액을 보관하는 분들이 있으니 백성들은 그 깊은 사연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김정하 정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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