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백지 들었냐고요?"…中시위대 변호사가 밝힌 '무서운 이유'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사람들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진실을 표현하면 무슨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백지시위대를 돕기 위한 무료 법률 자문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왕성성(王勝生ㆍ37) 변호사는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대가 백지를 든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단지 백지 한 장을 든 것은 가장 소리 없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공안 당국의 통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중국에서 법률 자문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왕 변호사가 처음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는 상하이와 베이징를 비롯한 대도시 등 중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집계된 것만 최소 24개 도시에서 51차례였다. 경찰에 체포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무료 법률 자문 변호인단이 꾸려진 건 그래서다. 자신이 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경찰에 체포된 이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서다. 자문 변호인단의 명단을 입수해 수십 차례 통화한 끝에 실명으로 1명, 익명으로 1명의 변호사와 인터뷰했다.
시위 전파는 ‘웨이보’…삭제보다 전파 빨라
왕 변호사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위 전파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등이 사용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왕 변호사가 전하는 시위 전개 과정은 이렇다.
“맨 처음 한 어린 학생이 (코로나19 봉쇄를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가 소방차 진입을 막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우루무치(烏魯木齊) 아파트 화재가 매우 슬퍼 같은 이름을 가진 길(상하이 우루무치중로)에 앉아 촛불과 꽃을 들었고, 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SNS에 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우루무치 화재에 대한 분노가 매우 컸던 사람들은 이 게시물을 친구나 지인들에게 전파했다. 사람들 중 일부는 함께 그곳으로 갔다고 한다.”
SNS에 오른 사진은 중국 당국의 통제로 지워졌지만 삭제 속도보다 전파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아파트에서 난 불로 10명이 숨진 우루무치 화재에 대한 공분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피해자 중 한 명은 3살 아이였다. 왕 변호사는 “내 둘째 딸도 세 살이다. 나는 그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상태였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사람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죽는 게 아니다. 격리된 버스에서 죽고 격리 중에 죽었다”고 했다.
행정 구류 5·10·15일...연락두절도 다수
일부는 아직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문의가 오는데 어느 경찰서로 갔는지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왕 변호사는 “이미 구속 가능 시한 48시간을 한참 지났고 법률에 따라 처리한다면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통지했어야 한다”라며 “그런데도 가족들은 그들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당국을 비판했다. 그는 난징전매대학(南京传媒大學) 교정에서 백지를 들었던 한 여학생도 아직 연락 두절 상태라며 안타까워 했다.
“사람들은 촛불처럼 백지 들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자문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는 “봉쇄 반대 여론이 심각하다. 식당 문을 못 열어도 집세는 내야 한다”며 “부동산 폭락은 심각한 수준이고 정부는 세금을 걷을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사람이 맘 속으로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강코드’ 앱 법적 근거 없어…심각한 문제”
왕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백지시위대가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게 아니다. 백지를 드는 게 범죄라면 도대체 그것은 어떤 나라의 법률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한 주간 중국 언론에서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자신의 신변보다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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