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왕복 6시간, 월세는 비싸…경기 공공기관 이전 직원 하소연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근무하는 A씨(20대 후반)의 아침 기상 시간은 오전 5시 30분이다. 오전 7시20분에 경기도 수원시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이 버스를 놓치면 사실상 출근을 포기해야 한다. A씨가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양평군에 있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을 가려면 3시간 이상 걸린다. A씨는 “출근했다가 갑자기 가족상(喪)을 당한 동료가 교통편 문제로 난감한 상황에 놓인 적도 있다”며 “양평으로 이사하는 것도 고려했는데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가 민선 7기 시절 추진한 산하 공공기관 동·북부 이전이 본격화됐지만, 논란이 여전하다. 이전 기관 직원들 사이에서 교통·주거 등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까지 맞물리면서 일각에선 ‘재검토’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공공기관 15곳, 경기 동·북부로 이전
경기도는 민선 7기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차례에 걸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27곳 중 15곳을 경기 동·북부로 이전 계획을 밝혔다. 명목은 ‘균형 발전’이다. 군사·환경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동·북부 지역에 경기도 산하기관을 이전시켜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이전 취지가 해당 지역에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 산하기관 직원들도 출퇴근이 아닌 이주를 하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이전 대상 직원들에겐 “매달 60만원씩, 1년간 이주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전이 어려운 직원을 위해선 2년간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전월세 구하기 어렵다” 기관마다 난항
그러나 경기도가 약속한 이주비 지원 기한이 이달부터 만료되면서 이전 기관 직원들은 교통·주거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설립된 지 3년 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경우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이들이 전월세를 구하려 빚을 내려면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양평에서 ‘괜찮다’ 싶은 집은 보증금이 비싸거나 월세가 100만원 가까이 된다”며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비싼 이자를 내면서 보증금까지 빌리고 싶지 않아 안산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출퇴근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달 4~17일 열린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민주당 김태희(안산2) 의원은 “경기도 광교청사 이전은 10년을 검토하고, 도청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출퇴근 버스만 출근 25개 노선, 퇴근 20개 노선에 이르는데 산하 기관은 왜 셔틀버스도 1개 노선이고 운영 기한도 2년 한시로 하느냐”고 따졌다.
김 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충돌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북도에 자체적으로 공공기관을 설치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경기도 “예정대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반면 “예정대로 공공기관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역 역량이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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