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겨울’ 곽민규, 현재를 걷는 배우 [일문일답]

정진영 입력 2022. 12. 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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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곽민규는 현재를 걷는 배우다. 작업을 할 때마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는 답을 그랬을 때도 그랬고, 지독했던 사랑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단편영화 한편을 찍었다고 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영화 ‘창밖은 겨울’ 개봉을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곽민규는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시절엔 후회가 많고, 미래를 사는 사람은 불안하다. 건강히 지내려면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에 사로잡혀 살던 사람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창밖은 겨울’처럼 곽민규 역시 독립영화 스타에서 메이저로 향하는 현재의 길목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고민은 걷는 것으로 털어내면서.

'창밖은 겨울' 스틸 속 곽민규(왼쪽)와 한선화.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창밖은 겨울’이 3년여 만에 정식 개봉했다. “덕분에 작품과 조금 멀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저렇게 연기를 했구나’, ‘저 때는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 싶었다. 얼마 전에 영화에 같이 출연한 한선화와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우리 정말 앳되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했다.”

-영화 속 석우는 답답하리만치 속을 알 수 없는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접근했나. “석우는 영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꿈을 접었고, 전에 만나던 연인하고도 헤어졌다. 자신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무거운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고 봤다. 한 발자국도 내디디기 힘든 상황이라서 아마 자기도 자기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누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쉽사리 손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감독님을 많이 믿었다.”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석우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연인과 이별의 과정에서 그랬던 적이 있다. 계속 그 관계에 사로잡혀 있었던 시간도 있었고. 그래서 그걸로 단편영화도 만들었다. ‘홍콩 멜로’라고. 이별을 못 받아들이는 여자가 남자 친구의 여행 소식을 들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석우가 ‘창밖은 겨울’에서 한층 성장한 것처럼 나 역시 ‘홍콩 멜로’라는 영화를 만들며 성장할 수 있었다. 20대 후반의 일이다.”

-석우는 왜 버스기사가 되기로 했을까. “자신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못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석우는 고집이 많은 인물로 느껴진다. 고집이 많기 때문에 타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 전 여자 친구와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만큼 이별 후에 영화 일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아침방송 듣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던 전 여자 친구의 말이 기폭제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석우에게 공감된 면도 있었겠다. “굉장히 많다. 석우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서 준비를 하다가 결국 영화 일을 하는 게 힘들겠다고 판단해 고향 진해에 내려와서 사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집 안에 영화와 관련된 방을 마련해 놨을 정도로 미련을 남겨두고 산다. 그리고 영화라는 꿈은 이전의 관계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감독님과 함께 ‘석우는 미련의 아이콘’이라는 말을 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자신이 만든 작업물로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배우 역시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멘탈 관리를 잘해야 하는 삶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생각이 복잡할 때는 어떻게 하나. “걸으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미래가 불안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인간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걷는다. 걸으면 꽉 막혔던 생각이 돌아가는 것 같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운동할 때도 있고. 요즘은 취미 활동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유난히 많이 한다. 전에는 많이들 하는 헬스 정도 했다면 지난여름에는 수영을 했다. 또 근래 5~7년 정도 바쁘게 살다 보니 여행을 많이 못 다닌 것 같아서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테니스라든지 주변에서 좋은 취미 활동도 소개받고 있다. 최근에는 레슬링에 관심이 생겼다. 내 체형에 잘 어울리는 스포츠인 것 같다. 타격 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신술로서도 매력적이다. 스킨십이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점도 있고.”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최근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얼마 전에 계약했다. 내가 조금 마이너한 사람인데 그런 나를 메이저 쪽으로 끌어줄 수 있는 동료, 식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출연한 독립영화가 개봉하게 될 때마다 ‘내게 인지도가 조금 더 있다면 영화 홍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마음먹는다고 그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욕심이 난다. 일단은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고 싶은 작품 있나. “코미디 하고 싶다. 지금 내게 코미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얼마 전에 동료 배우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요즘 너무 잘되는 것 같아. 축하해’라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쁘면서도 뭔가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심을 하게 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과거나 미래에 너무 집착하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미디를 하면서 조금 웃고 싶다.”

-2022년 한해를 돌아본다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 가운데 이룬 것도 있고 이뤘다가 다시 주춤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금주 결심을 6개월 정도 지켰는데 최근에 조금씩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건강과 관련된 부분을 채우겠다는 게 남은 2022년 목표다. ‘창밖은 겨울’로 사람들 잘 만나고 새로운 작업, 작품을 하고 싶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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