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B컷] 덕후의 눈에는 픽사의 ‘엘리멘탈’만 보였다

정진영 2022. 12.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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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제공

디즈니의 2023년 기대작을 꼽으라면 역시 ‘인어공주’와 ‘엘리멘탈’이다.

거기서도 굳이 하나를 추리라면 ‘엘리멘탈’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에는 미안하다. 하지만 개인적 취향과 작품의 만듦새 등을 넘어 ‘디즈니 쇼케이스 2022’에서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 ‘엘리멘탈’만큼 디즈니의 정신에 부합하는 콘텐츠는 없었다는 걸 현장에 있는 누구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 & 컨벤션 센터에서는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가 진행됐다. 쇼케이스의 첫날이었던 이날은 디즈니가 이번 달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디즈니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개할 콘텐츠를 소개하는 날이었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비롯해 ‘스타워즈’로 대표되는 루카스필름, 슈퍼 히어로의 명가 마블 스튜디오, ‘토이 스토리’ 시리즈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등이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했다.

2023년=은 월트디즈니의 창립 100주년이다. 때문에 별에 소원을 빈다는 디즈니의 시그니처 콘셉트를 살린 ‘위시’(WISH)를 비롯해 마블의 페이즈5를 끌고 갈 쟁쟁한 작품들,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 등 화려한 라인업이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하고 있는 피터 손 감독.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제공

그 가운데 ‘엘리멘탈’에 가장 눈이 갔던 것은 이 작품이 디즈니가 그간 추구해온 ‘다양성에 대한 긍정’을 아주 명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감독 피터 손은 다른 많은 픽사 작품들이 그렇듯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엘리멘탈’을 시작했다.

피터 손은 미국의 이민 2세대다. 부모님은 한국인으로 미국에 도착했을 당시 무일푼에 가까웠다고 한다. 피터 손은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 이 사실을 밝히며 “그럼에도 용감하게 살아나가며 가족을 꾸리고 부양한 부모님을 존경한다”고 애정을 표했다. 손 감독의 양친은 ‘엘리멘탈’ 작업 과정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제공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제공

‘엘리멘탈’은 물, 불, 가스처럼 세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캐릭터로 형상화, 이들이 엘리멘트 시티라는 곳에서 함께 어울려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손 감독은 엘리멘트 시티에 대해 “여러 가지가 공존하는 도시를 동화처럼 만들고자 했다. 기획 초기부터 희생과 위험을 감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고자 했고, 여기에 반전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생태관’은 디즈니가 여러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관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더 나아가 위험하기까지 한지를 경고하고 비꼬기 위해 사용된다. 늑대와 양이 친구가 되고, 쥐가 사람의 청소나 요리를 돕는 등 종의 경계 없이 서로 어울리는 것이 ‘디즈니 생태관’이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실제 자연에서는 무척 위험하다. 늑대는 변화를 거듭하며 ‘개’라는 친근한 형태로 인간의 곁에 머물게 됐지만, 실제 숲속에서 마주친 늑대는 경계해야 할 포식자다. 디즈니 속 공주들처럼 창가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청소를 도와줄 동물들은 날아들지 않으며, 쥐 같은 동물은 오히려 병균을 퍼뜨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함께 어울려 살 때 아름다움이 창조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디즈니의 많은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경계나 조심이 혐오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결국 우린 공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슬픔이 없는 기쁨만으로는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음을 보여준 ’인사이드 아웃‘이나 나이와 인종의 벽을 넘어 멋진 친구가 된 ’업‘ 속 미스터 프레드릭슨과 러셀의 우정이 말해준 것처럼 말이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제공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제공

물론 ‘엘리멘탈’에는 메시지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다. 기존의 픽사 캐릭터들과 달리 뼈대가 없는 캐릭터인 앰버와 웨이드. 각각 불과 물로 구성된 이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상당한 기술력이 사용됐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엘리멘트 시티를 탐험하며 서로와 도시를 완전하게 만들어가는 장면은 ‘엘리멘탈’의 백미가 될 전망. 여러 요소가 합쳐져 멋진 세상을 꾸미는 과정을 강렬한 시각적 효과로 경험할 수 있다.

피터 손 감독은 “‘엘리멘탈’은 우리가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러브스토리다. 배우자, 친구, 부모님, 가족들에 관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라며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고, 가족의 가치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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