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8강 진출한 네덜란드, 판 할 특유의 실리 축구 빛났다
[노성빈 기자]
▲ 2022년 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네덜란드 대 미국의 경기. 네덜란드의 달레이 블린트가 멤피스 데파이 및 팀원들과 함께 두 번째 골을 넣은 것을 축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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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실리적인 경기가 빛난 경기였다.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된 미국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친 네덜란드는 미국을 물리치고 가장 먼저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네덜란드가 4일 자정(한국시각)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미국와의 경기에서 3대 1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주도권은 내줬지만... 결과 챙겨온 네덜란드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미국이었다. 전반 3분 크리스티안 풀리식의 슈팅이 네덜란드 안드리스 노페르트 골키퍼 선방에 막힌 미국은 이후에도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볼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친다.
하지만 선제골을 네덜란드의 몫이었다. 전반 10분 중원에서 빠른 원터치 패스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풀어낸 네덜란드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덴젤 둠프리스의 크로스를 멤피스 데파이가 마무리하면서 리드를 잡는다.
이후에는 네덜란드의 실리적인 경기운영이 빛난다. 미국은 상대 진영에서 볼 소유시간을 늘려가면서 공격기회를 만들어 나갔지만 버질 판 다이크, 네이선 아케가 포진한 수비진과의 피지컬 싸움에서 밀리면서 좀처럼 슈팅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네덜란드는 안정된 수비속에 빠른 역습을 구사하면서 미국의 허를 찌른다.
이를 통해 전반 44분 네덜란드의 추가골이 나온다. 전반 43분 미국 티모시 웨아의 중거리 슛을 노페르트 골키퍼가 선방해내며 위기를 넘긴 네덜란드는 바로 이어진 득점기회에서 둠프리스가 올려준 크로스를 데일리 블린트가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2대 0으로 전반전을 마친다.
후반 시작과 함께 미국은 극도로 부진했던 헤수스 페레이라 대신 지오바니 레이나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준다. 네덜란드 역시 다비 클라센과 마르텐 더 룬 대신 스티브 베르흐바인과 툰 코프메이너스를 투입해 오히려 공격을 강화한다.
이러면서 두 팀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다. 미국이 후반 4분 웨스턴 맥케니의 슈팅이 노페르트 골키퍼 선방에 막힌 데 이어 코너킥 찬스에서 나온 팀 림의 슈팅이 문전앞에서 수비에게 막혀 만회골에 실패했다. 네덜란드 역시 후반 12분 덴젤 둠프리스가 올려준 볼이 수비맞고 득점으로 연결되는 듯했으나 미국 맷 터너 골키퍼에게 막힌 데 이어 후반 16분 멤피스 데파이의 중거리 슛 역시 골키퍼 선방에 막혀 추가득점기회를 놓친다.
다급해진 미국은 후반 22분 웨스턴 맥케니와 티모시 웨아 대신 브랜던 아론슨과 하지 라이트를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준다. 그리고 후반 30분 오른쪽 측면에서 크리스티안 풀리식이 올려준 크로스를 하지 라이트가 뒷발로 슈팅을 가져가 만회골을 터뜨리면서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미국의 희망은 불과 5분 만에 끝난다. 미국의 공격을 막아낸 뒤 바로 이어진 네덜란드의 역습 찬스에서 데일리 블린트가 올려준 볼을 덴젤 둠프리스가 마무리하면서 3대 1로 점수를 벌린다.
승기를 잡은 네덜란드는 이후 멤피스 데파이와 코디 각포를 빼고 수비숫자를 늘리면서 지키기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경기막판 미국의 공격을 완벽히 봉쇠하면서 8강 진출을 확정짓는다.
▲ 2022년 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네덜란드 대 미국의 경기. 네덜란드의 나단 아케와 루이 반 할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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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이전보다 못한 선수층 속에서 루이 판 할 감독의 지휘하에 실리적인 경기운영이 빛을 발하면서 대회 3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8년이 지나 판 할 감독과 함께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네덜란드의 콘셉트는 그때와 똑같았다. 3백을 바탕으로 수비를 안정시킨 뒤 빠른 역습을 펼치는 경기운영을 펼치며 조별리그를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네덜란드는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된 미국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운영까지 더해지며 3대 1 승리를 거둬 8강 진출을 이룬다.
이로써 8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한 네덜란드는 이뿐 아니라 여러가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첫 번째로는 데파이의 득점이 터졌다는 점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던 그는 이로인해 대회 초반에는 교체로 투입되면서 출전시간을 늘려가다 카타르와의 조별리그에서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했으나 전체적인 경기력이나 몸상태는 완벽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그는 전반 10분 둠프리스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15분에는 위협적인 중거리슛으로 유효슈팅을 만들어내는등 이날 본인이 시도한 4개의 슈팅 중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등 조별리그때보다 컨디션이 올라온 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는 측면 윙백들의 활약이었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 당시 코디 각포에게 의존되는 공격으로 아쉬움을 남겼는데 여기에는 데일리 블린트, 덴젤 둠프리스가 측면에서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선보이지 못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전에서 두 선수가 맹활약한 네덜란드는 역습의 날카로움이 한결 더해졌다. 둠프리스는 장점인 전방 침투를 앞세워 전반전 멤피스 데파이와 데일리 블린트의 득점을 어시스트 한 데 이어 후반 35분에는 직접 득점까지 터뜨리면서 네덜란드가 기록한 3골에 모두관여했다.
블린트 역시 적극적인 전방 침투를 통해 전반 18분 슈팅을 만들어내더니 전반 43분에는 둠프리스의 크로스를 받아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35분에는 반대로 둠프리스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는등 1골 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를 2승 1무로 순항한 것처럼 보였지만 중원 조합, 양쪽 윙백들의 영향력, 데파이의 컨디션 저하로 발생한 공격진의 불안감이 약점으로 여겨졌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미국과의 16강전에서 이를 보기좋게 해결한 네덜란드는 이를 통해 판 할 특유의 실리적인 경기운영이 토너먼트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들 수 있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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