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톡 왔슈] 한국 16강 진출, 그날 모두가 미쳤습니다
후반 45분까지도 1-1로 무승부 상황이었고, 한국은 딱히 ‘되겠다’는 느낌이 드는 위협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기자석에 있던 한국 취재진 대부분은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에 대해 기사 작성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 역시 ‘한국의 16강 꿈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기사 첫줄을 막 쓰고 있던 순간,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들리기 시작했고, 손흥민이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빠르게 치고 달리던 손흥민 옆으로 어느새 황희찬이 들어와 있었는데 포르투갈 선수들이 순식간에 손흥민을 에워쌌기에 좀처럼 공격을 연결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 순간 공이 밑으로 로켓처럼 빠져들어 간다 싶었고, 황희찬이 그대로 오른발로 골을 터뜨렸다.
경기장이 들썩거렸다. 지진이 난 것 같았다. 그 순간 한국 취재진의 분위기는 각종 묘한 분위기가 뒤섞여 있었다. ‘자, 이제 이 많은 기사를 어떻게 처음부터 다시 쓰지’ 하는 마음과 ‘와, 이게 진짜 실화냐?’ 하는 흥분한 팬심, 그 중간 어디쯤 마음을 둔 기자들은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혹시 오프사이드 아냐?’라는 누군가의 말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 테이블의 리플레이 화면을 봤고, 황희찬 위치가 온사이드가 확실한 장면을 보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다.
이미 응원석 쪽으로 달려간 황희찬은 셔츠를 벗어 던지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벤치의 한국 선수들은 한꺼번에 달려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게 경기가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
우루과이가 2-0으로 앞서 있지만, 추가시간이 8분이나 주어졌다는 말에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주변에서 어떻게든 구한 중계 영상을 보고 있었다. 피치 위의 선수들은 동그랗게 모여서 어깨동무를 한 채 누군가의 휴대폰 혹은 태블릿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우루과이의 위협적인 프리킥이 나왔을 때 경기장의 한숨 소리는 무슨 큰바람이 몰아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종료 시간이 거의 다가왔을 때부터 사람들은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선수들도 “그렇게 1분이 긴 줄 몰랐다”고 했다. 드디어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선수들은 샴페인처럼 물통의 물을 뿌리면서 즐거워했고, 한국 응원단 중에는 우는 사람도 곳곳에 보였다. 화면에는 손흥민이 엎드려서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잡혔다. 기자 중에도 우는 사람이 있었다(!).
선수들이 붉은악마 석 앞쪽으로 달려가 슬라이딩 세리머니하는 모습이 기자석에서는 작게 보였는데, 현실감이 없어서 마치 슬로 비디오 같았다. 누군가 슬라이딩 후 장난스럽게 데굴데굴 굴렀다(막내 이강인이었다). 아, 모두 미쳤구나, 이게 현실일까 싶었다.
경기 후 선수들은 믹스트존을 지나가고, 기자들은 선수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 선수단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앞쪽에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김진수(전북 현대)였다고 한다. 마침 그때 먼저 나온 손준호(산둥 타이산)에게 “저기 답하는 환호를 한 번 보내줘라”라고 기자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평소 수줍음 많아 보이던 손준호가 정말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날 밤 모두가 미친 것 같았다.
사람들은 관심 없겠지만, 현장의 기자들은 다 써놓은 기사를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기사를 작성했다(이때부터 흥분한 마음이 사라지고 현실로 빠르게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광란의 분위기 속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단의 풍경을 전했다. 취재진은 숙소를 연장하고 비행기 표를 바꾸느라 한밤에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다.
손흥민이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짐짓 침착하게 “오늘까지만 들떠 있고, 내일부터 다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 우린 16강에 갈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초조하지 않았다”고 의젓한 큰 형님처럼 말했다. 손흥민 선수, 다 봤어요. 울고불고 대성통곡하던 거.
도하(카타르)=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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