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캐디 없는 골프 어때?
[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9)
얼마 전 술에 취해 골프를 치던 고객이 경기 진행을 돕는 캐디에게 “무릎을 꿇으라” 폭언하는 등 갑질을 저질러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술에 취한 일행들이 캐디에게 ‘경기 진행을 재촉한다’는 이유로 막말을 했고 이 캐디는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했다고 한다.
몇 년 전 한 배우의 캐디 갑질 논란 사건도 있었다. 그 배우는 플레이를 하면서 매너 없이 행동한 캐디 때문에 기분이 나빠 골프장에 캐디피 환불을 요청하고 골프장 홈페이지와 SNS 등에 골프장과 캐디를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반면 캐디는 그 배우가 플레이가 진행되지 않을 만큼 홀마다 사진을 찍어대고 일행과 대화를 나누느라 늑장 플레이를 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그 배우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시비를 가리고자 했다.
하나의 시선으로 보기 힘든 두 사건이지만 캐디 갑질 논란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해묵은 논란이다. 현장에 없었던 사람으로 잘잘못을 따지기엔 적절하지 않지만 캐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다. 매너 없는 캐디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도 있고, 안하무인 플레이를 하는 골퍼도 본 경험이 있기에.
캐디(Caddie)는 골퍼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크게는 카트를 운전하고, 골프백을 운반하고, 골프채를 건네는 일을 한다. 골퍼가 친 공의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내는 일도 하며 골프채와 골프공을 닦고 관리하는 일도 한다. 공이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홀컵까지의 거리를 안내하며 공략법을 안내하기도 하고, 골프공이 그린 위에 올라갔을 때 공이 홀로 들어가기 쉽게 라이(lie, 골프에서 공이 멈춰 있는 위치나 상태)도 봐준다. 에이밍(aming, 목표물을 겨냥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전문 캐디의 경우 스윙 교정을 해주기도 한다.
프로선수의 경기를 보면 캐디는 단순한 보조 이상으로 경기장의 지형과 기후 등을 고려해 선수에게 경기 전략을 제시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선수 캐디의 경우 억소리 나는 연봉을 받기도 하고 담당하는 선수가 경기에서 우승하게 되면 우승 상금의 10% 가량을 인센티브로 받기도 한다고. 일부 프로선수의 경우 배우자나 가족이 캐디를 자처하기도 한다. 박인비 선수의 남편 남기협 골프코치의 경우가 그렇다.
길지 않은 초보골퍼의 라운딩 경험 중 캐디 때문에 불쾌했던 경우는 이렇다. 골퍼의 샷이나 행동을 보고 한숨을 쉰다거나 무시하는 식이다. 자신의 불편한 컨디션과 심기를 티 내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있다. 카트를 자신이 유리하게 이용하고, 골프채를 잘못 가져다주거나 스코어를 잘 못 적은 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험도 해봤다. 경기 운영을 돕기는커녕 캐디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캐디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걸 넘어 플레이 자체를 망쳤다.
물론 무례한 골퍼도 많다. 어찌 보면 국내 캐디 문화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뿌리 깊은 접대 문화와 기득권자들의 과시용 목적에서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반말, 욕설, 성희롱 등의 발언을 일삼는다. “야”, “너”라고 부르며 “채 갖고 와”, “이거 해” 하는 식이다. 자신의 샷이 잘못되거나 플레이가 잘 안 될 때 캐디 탓을 한다. 캐디 들으라는 식으로 화끈거리는 성희롱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캐디는 적당히 친절하고, 골퍼의 요청에 성실히 임한다. 좋은 기억을 남긴 캐디는 초보 골퍼가 무안하지 않도록 티 안 나게 라운드에 잘 섞일 수 있게 돕고, 적당한 유머와 센스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초보 골퍼입장에서 경기를 진행하면서 잘 모르는 걸 물어보면 잘 답해주고 (요청이 있을 시)에이밍을 봐주고, 라이를 잘 봐주는 캐디도 좋다. 캐디 덕분에 플레이가 즐거운 걸 넘어 스코어가 좋아지면 더할 나위 없다.
초보 골퍼 시절엔 온갖 눈치가 보이기 마련인데 캐디라는 존재도 그랬다. 동반자만 해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시누이가 한 명 더 있는 기분. 최근에는 캐디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 외국 골프장에서는 골퍼들이 직접 카트를 운전해서 다니는 골프장이 많고, 아예 카드 없이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캐디가 필요했던 가장 큰 이유는 캐디백을 이동해야 했기 때문인데 무인주행, 원격주행이 가능한 카트를 이미 대다수 골프장에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요즘은 국내에도 노(No) 캐디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캐디가 없으면 진행이 느려져서 꺼리기도 하지만, 캐디 인력 관리가 어려운 일부 골프장은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골퍼 입장에서는 캐디피를 안내도 되니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캐디가 없으면 카트도 직접 운전하고 채도 알아서 꺼내 써야 한다. 당연히 에이밍도 라이도 직접 봐야 한다. 플레이하기에도 몸과 마음이 바쁜 마당에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아, 이래서 캐디가 필요하구나’ 싶으면서도 캐디 없는 플레이도 충분했다.
심지어 요즘엔 로봇캐디도 등장했다고 한다. 로봇캐디는 골프백을 싣고 이용자를 쫓아 코스 정보와 홀까지 남은 거리를 안내하는 등 캐디의 역할을 대신한다. 시누이가 부담스러운 초보골퍼는 노 캐디 플레이가 좀 더 확산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 골린이 Tip
「
Q : 골프 카트는 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나?
기본적으로 골프 카트는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골프장 내에서는 코스별로 카트 도로에 깔린 유도선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간이 많다. 온오프 스위치 등으로 시동을 걸고 정지하게 되는데 이용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여전히 골프장 내 안전사고가 왕왕 발생하는 만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급한 커브길 등에서는 속도를 낮춰 운행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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