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월드컵 시청률 대박…'생방의 신' 이 남자의 비결

박린 2022. 12.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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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의 수크 와키프에서 만난 김성주 MBC 캐스터. 김현동 기자


카타르 도하에서 ‘생방송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주 캐스터를 만났다. 그는 2020년 진행한 ‘미스터 트롯’에서 시청률 35.7%를 찍은 남자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 MBC 캐스터로 참여해 시청률 고공 행진을 견인하고 있다.

MBC는 한국-가나전(20.0%), 한국-포르투갈전(16.9%) 모두 시청률 1위에 올랐다.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 해설위원이 ‘티키타카(짧은 패스 축구 )’ 하듯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호프집에서 ‘축잘알(축구를 잘 아는)’ 아저씨들과 경기를 보는 것처럼 친숙함을 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축구 캐스터는 김성주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시작부터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에서 스포츠 중계로 출발했고 이후 MBC에 입사했고 현재는 프리다. 2002년부터 월드컵 중계만 4번째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중계를 맡은 그를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MBC 김성주(가운데) 캐스터와 안정환(오른쪽), 서형욱 해설위원. 사진 MBC


-시청률 1위에 오른 소감은.
“감사하죠. 감사한 일이다. 제가 예능을 같이 하다 보니, 중계에 대한 열정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거다. 너무 좋은 해설위원에 쓰윽 묻어갔다. 8년 만에 월드컵 중계라 감 잡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시청자 분들이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시청률 1위 비결은 뭘까.
“다른 중계진과 비교해 호흡이 남다르다. 안정환 위원을 매주 본다. 많게는 일주일에 3일도 본다. 표정만 봐도, 눈빛만 봐도 안다. ‘그럼 가지마~’라고 하면 ‘가자’는 얘기다. 츤데레(겉으로 차가운 척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다. 중계 준비를 하다가 배고프다고 하면 짜장라면도 끓여준다. 의리를 중시하고 동생이지만 형 같기도 하다. JTBC 축구예능 ‘뭉쳐야 찬다’를 3년째 일주일에 한 번씩 촬영한다. 안 위원이 선수들을 가르치는 공격전술 등을 옆에서 지켜봤다. 촬영 중 궁금한 것도 틈틈이 물어보며 준비했다.”

-기억에 남는 멘트는.
“네덜란드 코디 각포가 3경기 연속골을 넣었는데, 안 위원이 ‘각을 잡고 포를 쏩니다’라고 하더라. 째려봤는데 웃기긴 웃기더라. 안 위원이 중계 도중 ‘그게 맞다. 축구 많이 아시는데요?’라며 날 몇 번 칭찬해줬다.”

-얼마나 준비를 했나.
“2014년 월드컵 때와 비교해 준비 여건이 좋아졌다. ‘안정환19’, ‘달수네TV’, ‘뽈리TV’, ‘이스타TV’, ‘볼만찬 기자들’ 등 축구 유튜브를 거의 빠짐없이 챙겨봤다. 각국 축구협회가 올린 영상도 찾아봤다. 집에서는 유료 결제해 프리미어리그가 나올 때마다 틀어뒀다.”

-카타르에서 일과가 어떤가.
“초반에는 시차 때문에 새벽 3~4시면 깼다. 호텔 근처에 모스크가 있어 기도 소리에 알람처럼 깼다. 녹음된 걸 트는 줄 알았더니, 종교 지도자의 육성이더라. 아침에 안 위원과 커피 한잔하며 중계를 준비한다. 해설자가 무슨 생각과 시선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어제의 관전 포인트가 들어 맞았는지, 오늘의 관전 포인트가 뭔지 얘기를 나눈다. 난 약간 집요할 정도로 자료를 모으는 스타일이다. 최대한 취합해 흐름을 잡아간다. 시간대별로 포인트를 짠다.”

-안 위원이 8년 전 중계 때와 달라진 점은.
“2014년은 안 위원이 코도 못 닦을 때 였다(웃음). 당시에는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어도 말로 정리되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제가 치고 나오면 그냥 안하고 말았다. 지금은 머리 속에서 뱉어 내는 게 자연스럽다. 제가 중간에 치고 들어와도 얘기를 다 들어주고 말을 보탠다. 당시 브라질에서 30일 넘게 같이 지냈다. ‘저 입담이면 통하겠다’는 생각에 제가 예능으로 끌어 들인 거다.”

-캐스터에 목소리가 중요한데,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
“경기 외에는 목소리를 안 내려고 노력을 했고, 물을 많이 마셨다. 가수 영탁씨가 알려준 한의원이 있다. 진짜 힘들 때 거기 한약을 먹으면 소리가 나온다. 이번에도 가지고 왔다.”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의 수크 와키프에서 만난 김성주 MBC 캐스터. 김현동 기자


-축구 중계를 한지 오래됐다.
“입사한지 얼마 안돼 2002년 한일월드컵 아일랜드-스페인전 중계를 앞두고 선배의 사정으로 갑자기 투입됐다. 차범근 위원님과 했는데 시청률 30%가 나왔다. 젊은 아나운서를 키워준다며 한국-터키의 3-4위전 중계도 맡게 됐다. 2006년 월드컵 때는 중계 1진으로 독일에 50일 정도 있었다. 이번이 4번째 월드컵 중계다.”

-진행한 ‘미스터 트롯’ 파이널 생방송 당시 문자투표수 집계를 못 마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큐시트에 단 3줄이 적혀있었는데, 1시간 동안 홀로 생방송을 잘 마쳤다.
“분위기가 감지됐다. 갑자기 PD와 작가가 싹 사라졌다. 제가 어렵사리 쌓아올린 커리어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7명이 서있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문자투표가 몇 건이 왔는지 정확히 알려달라. 표 수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그것만 확실하면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요청드렸다. 정확히 773만1781표였다. ‘문자가 많이 들어왔지만 곧 집계가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보다는 ‘773만1781표가 들어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투표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결과 발표를 보류하겠다’고 말씀 드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카타르월드컵 중계 때도 수치를 자주 언급하던데.
“생방송 중에는 솔직해야 하며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뒤탈이 없다고 배웠다. 스포츠 중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시나리오를 써서 상상으로 말하면 안된다. 시청자 분들에게 팩트를 얼마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보고 적절하게 알려 드리느냐가 중요하다. 중계석 모니터로 여러 화면을 볼 수 있다. 현장 영상을 틀고, 다른 하나는 기록 영상을 띄워 놓는다. 가장 시청자들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건 객관적인 데이터와 수치라고 생각한다. ‘코너킥을 많이 찼네요’보다 ‘12번째 코너킥입니다’가 잘 와닿는 표현이다. 슈팅수, 점유율 등을 10분 단위로 체크한다. 자료에 집착하는 편인데,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영어로 제공하는 데이터들은 내게 아주 소중한 정보다.”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의 수크 와키프에서 만난 김성주 MBC 캐스터. 김현동 기자


-이번 대회 중계 중 기억 남는 장면은.
“중계 중에 평정심을 잃은 적이 많지는 않은데, 가나전에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선수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머리에 출혈이 발생해 붕대를 감더니 나중에 붕대를 내던지고 뛰더라. 화면에는 안 잡혔는데, 추가시간 10분이 끝나자마자 황인범 선수가 앞으로 대 자로 엎드려 쓰러지더라. 키가 큰 편도 아닌데 정말 모든 걸 걸고 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황인범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더라.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진심이 느껴졌다.”

-안 위원은 이번 해설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나중에 지도자가 된다면 성공할까.
“우스갯소리로 ‘월드컵에 선수로 3번, 해설자로 3번 왔는데, 지도자로 3번 오는거 어떠냐. 멋지지 않냐’고 했더니 손사래 치더라. 안정환이라는 동생은 축구에 진심이고, 자부심도 있다. 둘이 있으면서 어렸을 때 너무 힘들게 자라온 얘기를 들었다. 삶의 통로를 축구로만 생각했다. 지금처럼 좋은 환경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해외로 연결 시켜줬다면 어땠을까. 프로축구와 다를 수 있지만 ‘뭉쳐야 찬다’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걸 보면 따뜻하기도하고 냉정하기도 하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월드컵을 6번 몸으로 경험했고, 해설위원의 눈으로 축구의 흐름을 꾸준히 읽고 있다. 주위에 형과 동생들을 챙기며 아우르는 능력도 있다. 기회가 어떻게 올지 모르겠지만, 지도자를 한다면 참 잘할 것 같다.”

도하(카타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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