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과일 석류 '껍질'의 겁나는 효능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윤소정 기자]
▲ 시창청공 안중식, 1912년, 비단에 수묵채색, 30x21cm, 개인 소장 |
ⓒ 공유마당(CC BY) |
화면의 오른쪽 위편에 이 그림의 작가(안중식)와 제목(시창청공)이 적혀 있다. 시창청공(詩窓淸供) 혹은 서창청공(書窓淸供)은 다른 화가들도 즐겨 그렸던 소재이다. 시창은 마음의 창문, 서창은 서재의 창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청공은 '맑고 깨끗하게 갖춤'이란 뜻으로, 선비들이 서재에서 사용하는 물건 주로 문방구(종이, 붓, 먹, 벼루, 연적, 필통 등)를 말한다. 즉, 시창청공이란 마음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맑고 깨끗한 선비의 물건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청렴결백을 미덕으로 하며 매사에 검소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문인으로서 애착을 가진 문방구를 비롯하여 서책과 고동기 등을 모으는 것은 그들의 취미이기도 했다. 이를 가리켜 청공 혹은 청완이라 한다.
▲ 채소도 강세황, 18세기, 종이에 채색, 25.6x27.4cm |
ⓒ 국립중앙박물관 |
강세황이 그린 채소도이다. 강세황(1713~1791)은 조선 후기에 활동한 문인 화가이자 평론가이다. 시·서·화 삼절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김홍도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강세황은 한국적인 남종문인화풍의 정착, 진경산수화의 발전, 풍속화와 인물화의 유행에 기여했다. 문인화는 그림을 그린 사람의 뜻과 정신을 반영하는 사의(寫意)를 중시했는데, 이는 외면의 사실적 묘사에 치중하여 기술과 기교를 중시한 북종화와 차이가 있다.
또한 강세황은 원근법과 음영법, 대담한 채색법 같은 새로운 서양 화법을 수용하였으며, 높은 안목과 식견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에 대한 품평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당시 화단에 끼친 영향은 상당히 넓고도 컸다.
강세황은 산수와 화훼·사군자를 많이 그렸으며, 몇 점의 자화상을 남기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초상화에 비해 자화상을 그리는 경우가 드물기도 했지만, 그의 자화상은 몸 전체를 그려 더욱 독특한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 자수 화조 8폭 병풍 (부분) 조선시대, 비단, 59.9x31.5cm |
ⓒ 국립중앙박물관 |
자수로 표현한 화조도이다. 비단에 꽃과 새를 수놓은 병풍으로, 이 폭의 주인공은 석류와 금계(꿩과의 새)이다. 다른 석류 그림들과 달리, 나무에 매달려 있는 석류의 모습이 더욱 앙증맞다.
석류는 9~12월이 제철로, 열매가 잘 익으면 껍질이 터져 안에 있는 씨가 드러난다.석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유사성분이 들어 있어 갱년기 장애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미인의 대명사인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도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석류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석류 열매의 껍질을 말려 약재로 쓴다. 석류의 과피(석류피)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고 떫으며 탄닌(tannin) 성분이 있어 수렴 작용을 한다. 설사와 이질, 자궁 부정 출혈과 장출혈을 멈추게 한다. 여성의 대하증이나 남성의 유정(무의식 중에 정액이 나오는 증상)에도 사용한다. 탈항이 있고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올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석류피는 살충 효과가 있으며, 기생충 구제약으로 쓰인다. 다만 독이 있기 때문에, 과다 복용할 경우 구토, 어지럼증, 호흡곤란, 시각장애, 떨림, 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석류나무 뿌리의 껍질(석류근피)도 석류피(석류과피)와 성미와 효능이 유사하며, 살충 작용은 더욱 강력하다.
여성의 과일이라 불리는 석류, 그 빨갛고 예쁜 과육을 감싸고 있는 껍질은 전혀 다른 효능을 가진다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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