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없애거나 더 화려하거나…다양해진 ‘예능 자막’ 활용법

장수정 2022. 12. 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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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최대한 배제한 ‘코리아 넘버원’·‘더 존’ 등

예능에서 자막은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한때는 자막을 입히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자막을 통해 상황, 대화를 설명하거나 혹은 재미를 배가하는 방식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던 것. 최근에는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막에 대한 과감한 시도들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에서는 늘 익숙하게 보아온 자막이 최소한으로 등장하고 있다.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한국의 장인을 찾아가 전통 노동을 체험하고 그날의 넘버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전통 노동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코리아 넘버원' 네이버 영상 캡처

이에 한국어 자막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것을 우려해 꼭 필요한 자막만을 삽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다만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체험하는 ‘코리아 넘버원’의 내용 특성상, 자막 없이도 시청자들이 내용을 이해를 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효민 PD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몸 쓰는 예능은 언어를 몰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막을 거의 없앴다. 예능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자막을 덜어냈는데, 봉준호 감독이 1인치를 걷어내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고 한 것처럼 장점이 생겼다. 자막을 주려고 출연자들에게 카메라를 공간을 못 줬는데, 짜증 나는 표정 등을 섬세하게 더 담을 수 있었다”라고 자막을 최소화한 이유와 그 장점을 설명했었다.


앞서도 디즈니+의 ‘더 존: 버텨야 산다’,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등 OTT를 통해 공개되는 다수의 예능 콘텐츠들이 해외 시청자들을 고려해 자막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국내를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자막을 최소화하면서 눈에 보이는 상황만으로 재미를 만들어내려 한 것이다. 문화권마다 웃음 코드가 달라 해외 시청자들을 겨냥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던 예능이지만,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도 함께 진행 중인 것이다.


해외 시청자들을 위한 ‘자막 지양’ 외에도, 최근 여러 콘텐츠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막을 활용 중이다. 각종 유행어 또는 밈을 활용해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재미를 전달하는 유튜브에서도 일부 콘텐츠들이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다이나믹듀오 멤버 최자의 맛집 탐방기를 담는 ‘최자로드’는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유튜브 예능 중에선 이례적으로 자막 사용을 줄이고 있다.


‘사랑과 전쟁’ 등 과거 방송을 재편집해 제공하는 한 채널에서는 기존과는 자막 사용법으로 콘텐츠의 매력도를 높이기도 한다. 상황을 설명하거나, 또는 출연자의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편집자의 감정 또는 감상을 자막으로 색다른 재미를 유발 중이다. ‘자막 때문에 본다’는라 말이 나올 정도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는 화려하고 입체적인 자막을 활용하며 작품의 개성을 배가시킨 넷플릭스의 ‘먹보와 털보’까지. 공개 플랫폼 성격에 맞춰 자막 방향을 설정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닌, 콘텐츠 성격에 맞게 자막을 유연하게 활용하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방점을 찍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김태호 PD가 연출한 이 작품에서는 화려한 그래픽의 자막들이 다수 등장하는가 하면, 자막의 위치도 각기 다르게 조정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MBC 소속 PD였던 김태호 PD가 이 작품을 통해 자유분방한 면모를 마음껏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웹예능,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줄임말 또는 유행어, 영어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센스 있는’ 자막이 시청자들의 중요한 시청 포인트가 되곤 했다. 이에 TV 예능프로그램에도 때로는 줄임말이나 영어, 유행어를 활용하는 등 자막 사용이 한층 자유로워지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줄임말이나 유행어 사용으로 인해 한글 파괴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동적이고, 무분별한 자막 통해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의 의도를 고려한 적극적 활용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긍정적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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