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땅끝 중동에 복음의 봄날을

최기영 입력 2022. 12.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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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한창인 카타르에서… 중동 복음화의 미래를 그리다
그래픽=신민식, 게티이미지뱅크


스물두 번째 월드컵을 사상 첫 중동 월드컵이자 겨울 월드컵으로 개최하게 된 카타르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매일 월드컵 뉴스가 쏟아지지만 크리스천의 시각에선 특별한 게 한 가지 더 있다. 사상 처음으로 전도의 문이 닫혀 있는 국가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란 사실이다. 개종이 배교(背敎)로 간주되며 이슬람 샤리아법에 따라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나라. 그곳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현장에 크리스천으로서 동행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봉사하며 삶으로 전하는 복음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스타디움에서도 대한민국의 응원 문화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한국인 응원단의 모습을 보고 수많은 외국인과 아랍계 관중들까지 ‘대~한민국’ 구호를 함께 따라 할 정도였어요. ‘지구촌 축제’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정지원(왼쪽 네 번째) 카타르한인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지난달 24일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전이 열린 도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 응원단과 경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타르한인교회 제공

전화기 너머 정지원(45) 카타르한인교회 목사의 목소리엔 감격이 배어 있었다. 그는 수도 도하의 유일한 한인교회를 이끌며 성도 150여명과 동역하고 있다. 인구 270만명에 불과한 나라에 150여만명의 해외 방문객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월드컵을 준비하는 손길은 연초부터 분주해졌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주카타르한국대사관, 실시간 중계를 준비하는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현장을 찾는 이들을 안내하고 도울 현지 봉사자에 대한 요청이 급증했다.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현장과 주요 거점 곳곳에선 카타르한인교회 소속 성도 20여명이 봉사자로서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카타르 거주 12년 차인 김용선(43) 집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SBS 방송팀 이동과 촬영 장소 섭외, 스태프 안내 업무를 돕고 있다. 김 집사는 “축구대표팀을 향한 우리나라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월드컵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노한나(44) 집사는 월드컵 개막 후 일과 중 대부분을 도하 국제방송센터(IBC)에서 보낸다. 이곳은 각종 기자회견과 방송 준비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그는 “봉사하면서 한준희 박지성 구자철 해설위원 등 TV로만 보던 분들을 직접 만나는 것도 신기했지만 가장 놀랐던 순간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을 만났을 때”라고 밝혔다.

노한나(오른쪽) 카타르한인교회 집사가 월드컵 봉사활동 중 국제방송센터(IBC)를 방문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찍은 사진. 카타르한인교회 제공


타밈 카타르 국왕이 한국 중계 부스를 찾아 구 해설위원과 만나 손흥민 선수의 출전 여부를 묻고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하는 장면은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노 집사는 “14년째 카타르에 살면서 크리스천으로서 늘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타밈 국왕을 보는 순간 인간인 국왕의 영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이슬람 문화권에 복음이 물드는 역사가 이뤄지길 더 간절히 소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르고 어렵고 기적 같은 복음화

개종이 인정되지 않는 카타르에서의 신앙생활은 대한민국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곳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모든 교회는 수도 도하의 메사이미르 복합 단지 안에 있다. 교회 외부에 십자가 같은 종교적 표식을 달 수 없고, 토착 카타르인에게는 기독교 예배가 허용되지 않는다. 예배 시간도 다르다. 카타르에선 무슬림들이 금요일을 주일로 여기고 금·토요일을 주말로 보낸다.

정 목사는 “교민들이 운영하는 태권도장도 금요일엔 휴관하고 교회 예배는 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 준비로 인해 오후 12시 이후부터 교통이 통제돼 오후 2시 대신 오전 7시 예배를 마련했다”며 “오전 예배 후 봉사 현장으로 나서는 성도들과 ‘단기선교하는 마음으로 행동과 삶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자’며 서로를 격려한다”고 소개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는 매년 ‘기독교 박해지수 상위 50개국’을 발표한다. 카타르는 지난해 29위에서 11계단 뛰어올라 18위를 기록했다. 기독교로 개종한 토착 무슬림과 이주 개종자 모두 경찰의 감시와 사회적 차별을 당할 수 있다. 특히 월평균 600만원에 달하는 기본급, 무상으로 제공되는 주택, 교육, 의료 서비스와 면세 혜택 등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와 재산의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개종을 상상 이상의 장벽으로 여기게 하기 충분하다.

정 목사는 “한 선교사의 경우 7년여 동안 노출되지 않고 사역을 펼쳐왔는데 어느 날 종교 경찰이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의 감시보고서를 들고 찾아온 적이 있을 정도”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무슬림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문화권 변화 가능성은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통해 이슬람 문화권이 변화할 가능성은 없을까. 정 목사는 카타르 인구의 87% 정도를 이주민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주민 대부분이 무슬림들이긴 하지만 크리스천이란 정체성을 밝히고 대화할 때 토착민에 비해 거부감이 현저히 낮다”며 “이슬람 선교라기보다는 다문화 선교로 바라보고 무슬림들의 좋은 친구가 될 때 우리를 통해 그들을 하나님께로 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 집사는 “한국에서처럼 마음 놓고 길거리 전도를 할 수 없고, 과자나 음료수를 건네면서 성경 구절 적힌 메모지 하나 전하지 못하지만 월드컵을 통해 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만나는 사람과 모든 상황 속에서 예수님을 전할 기회가 많아진 건 분명하다”며 웃었다.

종교 경찰 권한 축소 등 파격적 개혁정책을 펼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행보로 주목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국가 중 최초로 헌법에서 개종의 자유를 허락한 튀니지처럼 카타르에도 ‘아랍의 봄’이 오길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중동선교협의회 한인교회부장 윤상원(56) 쿠웨이트한인연합교회 목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과연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허용하는 ‘이슬람 세속주의’를 택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아직까진 신정일치를 절대 원칙으로 삼는 입장에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 목사는 “튀니지의 개헌 이후 상황을 확인해 본 결과 선교의 어려움은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이슬람 세속주의를 택해 종교와 정치를 분리시킨 튀르키예의 선교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처럼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동 지역 각국에 대한 선교 전략은 ‘걸프 왕정국가인가’ ‘이슬람 원리주의를 따르는가’ ‘이슬람 세속주의를 따르는가’에 의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각 지역 한인교회들이 이슬람 선교의 플랫폼이 돼 지역별 선교 전략을 데이터로 발전시키고 선교지와 한국교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 사역 단체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 대표 이영재 목사는 “월드컵은 운동을 통해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고 세계가 카타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기회”라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중동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기회로도 선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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