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구속 심문 10시간 만에 종료…박근혜 제치고 최장 기록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약 10시간만에 종료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6분까지 서 전 실장의 심문을 진행했다.
검찰 측과 서 전 실장 측의 치열한 공방으로 심문은 10시간 6분 동안 이어졌다. 이는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 기록이다.
기존 최장이었던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2분, 역대 2위였던 2020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8시간 30분을 넘어섰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씨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에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후 피격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도록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도 있다.
검찰은 수백 쪽에 달하는 파워포인트(PPT)를 제시하며 서 전 실장이 사건 은폐나 월북 조작의 '컨트롤 타워'로서 범행을 주도했다는 논리를 폈다.
서 전 실장을 정점으로 다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범죄로, 고인과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며 범행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10월 27일 서 전 실장이 국회에서 당시 정부 안보라인 수뇌부와 연 기자회견은 '증거인멸 시도'라고 규정했다. 공개적으로 당시 상황을 밝히며 사건 관련인의 진술에 영향을 미쳐 '암묵적 말 맞추기'를 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밖에도 다수의 증거인멸·도주 우려 사유를 상세히 재판부에 개진했다.
서 전 실장 측도 준비한 PPT와 의견서를 토대로 당시 대응이 다양한 첩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정책적 판단'이라며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국에 체류하던 중 수사 대상이 되자 8월 자진 귀국했고, 주거도 일정에 도주 우려가 없으며 대부분의 사건 관계인 조사가 마무리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다고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은 심문 종료 후 "성실하게 심사에 임했다"고 말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대준 씨의 형인 이래진 씨는 법원을 떠나는 서 전 실장을 향해 "왜 죽였어"라고 소리치다 이를 말리는 방호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3일 새벽 나올 전망이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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