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신뢰 받는 '벤버지'부터 일산 인싸 아저씨까지, 벤투 감독의 4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 2018년 8월부터 현재까지, 대표팀 최장기 재임 기록과 최고 연봉 기록을 세운 감독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우리 팀과 경기를 치른 적도 있는 인물이죠.
그가 대표팀 감독으로 있는 동안, 한국에는 여러 명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등장했지만 큰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적은 많지 않습니다. 모든 감독들이 그렇듯 잘 할 때는 '빛', '갓', '~버지'가 붙은 별명으로 불리지만 못 할 땐 욕받이가 되곤 했어요. 4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벤투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 만은 분명합니다. 그는 이번 월드컵 가나전에서 추가 시간 얻은 코너킥 기회를 빼앗은 심판에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말았는데요. 이로 인해 모국인 포르투갈과의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죠.
하지만 엄청난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게 했을 퇴장 사건 후 그라운드를 떠나던 벤투 감독은 가나 스태프들에게 한 명 한 명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매너를 보였습니다. 그렇게 크게 화를 낸 직후임에도 말이죠. 특히 이 대목에선 코너킥 기회를 강탈(?) 당한 선수들이 감정 주체를 하지 못하고 심판에게 항의를 하던 중이었는데요. 주심이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순간 벤투가 모여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밀어내고 갑자기 큰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예요. 이 모습을 본 국내 축구 팬들은 선수들이 카드를 받는 걸 막기 위한 액션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간결한 화법으로도 유명한 벤투 감독에겐 여러 어록도 있습니다. 이재성이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 중인 카타르 월드컵 일지에는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실어주기 위해 한 말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신화는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해 현재의 선수들을 압박하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목소리는 이제 한국 축구에 압박감 말고는 아무런 긍정적 효과도 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무조건 이기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본선 진출도 잘 한 것이라는 격려죠.
그리고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하루 앞둔 1일, FIFA의 삼엄한 감시 속에 대표팀의 경기를 멀리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벤투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표팀을 4년 이상 함께해왔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었고, 그것에 만족한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랑스럽고, 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이다"라고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벤투 감독과 한국 대표팀의 계약은 만료됩니다. 현재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그는 주민들에게 자주 목격되고 있는데요. 특히 일산 벨라시타나 현대백화점 같은 쇼핑몰이나 식당에서 자신을 보고 알은 체를 하는 팬들에게 극강의 팬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입니다. 사진도 다 찍어 주고, 한국말로 인사도 해 준다는 증언이 나와요.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고 하니, 완벽히 K-패치가 된 일산러로 거듭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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