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간 계층의 분열과 계급 경쟁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2. 12. 2. 18: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OOK] 특권 중산층
구해근 지음/ 창비/ 2만원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인구의 70%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겼지만, 2010년대에는 그 규모가 20~40%로 크게 하락했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며 한국 사회는 소수 부유층과 다수의 저소득층으로 분열됐다. 사회 전체의 부는 소수 집단에 집중됐다.

이런 양극화는 중산층 밖에서 뿐 아니라 중산층 내에서도 발생했다. 물론 경제적 불평등과 중산층의 위기는 21세기 거의 모든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특히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심각한 경제 양극화 과정에서 한국의 중간 계층은 소수 부유한 상류 중산층과 다수 일반 중산층으로 나뉘었다.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동아시아 노동 연구의 선구자로 주목받아온 저자는 오늘날 한국 중산층 계급의 지형도를 새로 그린다.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흥 상류 중산층을 ‘특권 중산층’이라 정의하고 계급 세습에 대한 이들의 욕망과 근본적인 불안을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특권 중산층은 일반 중산층과 계급을 구별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저자는 상류 중산층의 계급 문화가 두드러지는 소비, 주거, 교육 세 분야를 들여다보며 이들이 어떻게 한국의 계급 지형과 사회·문화를 바꿨는지 분석한다.

예컨대 특권 중산층은 과시적인 소비를 하며 신분 경쟁을 이어나갔으며, 강남에 몰려 살며 주거지 역시 계층적으로 분리했다. 이런 소비 형태와 생활 모습은 일반 중산층이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높은 기준이 됐다. 교육 분야에서의 계급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저자는 특권 중산층이 지닌 계급적 불안을 분석하며, 교육이 이런 불안을 달래고 자식에게 계급을 세습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됐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중산층의 몰락과 위기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상층 지대에서 발생하는 계급 구별 짓기와 계급 경쟁을 관찰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상류층의 계층 문화를 이해해야 비로소 우리 사회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