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산업을 흔든 외국인, 그가 도망간 까닭

김형욱 입력 2022. 12.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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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도망자: 카를로스 곤의 이상한 이야기>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도망자> 포스터.
ⓒ 넷플릭스
 
2019년 마지막 날, 레바논에서 믿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다. 르노, 닛산, 미쓰비시 3사의 전 회장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탈출해 레바논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직접 성명을 냈다. 유죄가 전제되고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 인권이 무시되는 일본의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에서 빠져나왔다고 말이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르노, 닛산, 미쓰비시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대기업들의 수장을 동시에 맡고 있던 거물이 아니었던가. 전례 없는 일을 수행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아무도 모르게 일본에서 탈출해 레바논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도망자: 카를로스 곤의 이상한 이야기>가 그 전말을 소상히 밝힌다. 그가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3사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왜 일본에서 극비리에 탈출했어야 했는지 말이다. 그의 경영 스타일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제처럼 참으로 이상한 이야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망해 가는 닛산으로 향한 르노의 카를로스 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닛산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였다. 버블 붕괴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었다. 여기저기 백방으로 접촉해 봤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프랑스의 르노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고자 회사의 몸집을 불리고 싶었다. 여기저기 백방으로 접촉해 봤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르노와 닛산, 닛산과 르노. 닛산이 르노에게 도움을 청했고 르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빠르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탄생했다.

르노 회장 루이 슈베제르는 몇 년 전 미쉐린에서 데려온 카를로스 곤 부사장을 닛산 COO로 임명해 일본으로 보낸다. 무너져 가는 닛산을 살려내는 특명을 받은 셈이다. 곤은 '비용 절감자'로 유명했는데 이를 닛산에 와서도 그대로 실행시킨다.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2만1천 명을 정리해고시켜 버린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향한 100% 신뢰를 바탕으로 밀어붙인다. 곤은 곧 닛산의 CEO가 된다.

오래지 않아 닛산은 부활한다. 제품이 좋아졌고 판매량이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200억 엔의 부채를 150억 엔 흑자로 돌려놨다. '카를로스 곤'이라는 이름 하나로 닛산 그리고 르노의 가치가 뛰어 올랐다. 카를로스 곤의 입지는 어느덧 자동차업계와 산업계 전반을 넘어 전 세계 일반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정도가 되었다. 이른바 슈퍼스타로 전 세계를 활보하고 다닌 것이다. 물론 닛산의 유례없을 만큼 엄청난 실적이 뒷받침했겠지만 이미지 관리도 잘했을 테다.

슈퍼스타 카를로스 곤의 명과 암

2005년 카를로스 곤은 루이 슈베제르의 뒤를 이어 르노의 회장으로 취임해 CEO가 된다. 글로벌 500대 기업 두 곳의 최고경영자를 겸임하는, 일찍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가 제 아무리 '세븐일레븐(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열심히, 잘했다고 해도 완벽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가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탈이 날 것이었다.

슈베제르가 곤과 합의한 게 있는데, 그에게 르노의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대신 그가 닛산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곤의 어마어마한 보수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장 많이 받았을 땐 연봉이 한화 300억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가사도우미의 말과 다르게 세계 각지에서 초호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는 슈퍼스타이자 르노와 닛산과 미쓰비시의 회장, 전 세계 자동차업계 나아가 산업계의 거물, 손 대는 것마다 성공시키는 마이다스의 손 카를로스 곤은 2018년 어느 날 느닷없이 화려했던 커리어의 막을 내린다. 아니, 인생이 막을 내릴지도 모를 정도의 큰일이었다. 일본 검찰에 전격적으로 체포된 것이다.

카를로스 곤 체포 그리고 탈출까지
 
 넷플릭스 <도망자: 카를로스 곤의 이상한 이야기>의 한 장면
ⓒ Netflix
 
2018년 11월 19일, 전용기로 도쿄 하네다공항에 내린 카를로스 곤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구속된다. 금융상품 거래법 위반, 특수배임 등의 혐의였다. 구속될 만한 죄목인지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일본 검찰이 벼르고 벼렸던 것 같다. 곤으로선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3월 막대한 보석금을 지불하고 풀려날 때까지 감옥에 있었고 다시 체포되고 또다시 풀려났다. 하지만 자택 감금 상태로 언제 받을지 모를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카를로스 곤은 2019년 12월 29일 밤 간사이 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일본 탈출을 감행한다. 은밀히 접촉한 전문가와 함께 탈출했는데, 수화물에 짐짝처럼 실렸다고 한다. 개인 전용기 수화물의 경우 검사하는 게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교묘하게 파고 든 결과였다. 그렇게 이스탄불을 거쳐 레바논에 도착해 직접 성명을 낸다. 이후 지금까지 그곳에서 머물며 일본을 비난하고 있다. 프랑스까지 그의 체포를 명령했다.

자동차 산업은 과거 일본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더구나 일본에서는 한 회사에서 수십 년간 일하다가 은퇴하는 게 전통적이다. 그런 일본 자동차 산업을 외국인이 꽉 잡고 흔들었기에 일본 여론 자체가 그에게서 돌아선 것이리라. 곤으로선 박수 칠 때 떠나지 못했던 게 두고두고 후회로 남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신화다. 맨바닥에서 최상위층까지 올라갔다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다.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더 의미심장하다. 신화가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흘러갈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끝났지만, 현실은 계속 되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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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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