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과방위서 방송법 강행…“법사위 넘겠다”지만 김 의장 직권상정 응할지는 미지수
거야(巨野)의 완력 과시와 속수무책 여당.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정기국회는 이렇게 요약된다.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입맛에 맞는 법안 강행 처리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고, 115석인 국민의힘은 회의 보이콧 외에 뾰족한 수 없이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풍경이 딱 이랬다.
민주당은 2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관련법 개정안 4건(방송법ㆍ방송문화진흥회법ㆍ한국교육방송공사법ㆍ방송통신위원회법)을 단독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KBSㆍMBCㆍ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를 현행 9~11명에서 각각 21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진 21명은 국회(5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ㆍ미디어 관련 학회(6명), 방송기자ㆍPDㆍ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각 2명씩 6명) 등이 추천한다. 국민의힘은 “방송기자ㆍPDㆍ방송기술인연합회를 친야권 성향인 언론노조 등이 사실상 장악했기 때문에 야권 성향 사장이 선출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 시작부터 여야는 맞붙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 개정안은 공영방송을 민주노총에 바치고자 하는 것으로, 미사여구를 붙여 봐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정치 용역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찬반 토론을 종료하고 법안 의결을 강행하려 할 때는 “회의 진행이 개판”이라는 식의 고성이 오갔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과방위는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개정안을 처리했다. 직후 언론인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서 완전히 박탈하고, 민주당 일부 세력과 민노총 언론노조 일부 세력에 헌납하려는 ‘공영방송 완전박탈’ 법안”이라며 “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언론사를 문 닫게 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고 했던 언론중재법 개악안의 2탄”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안을 놓고 국토위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를 단독으로 열고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을 없애고 항시 운영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이다. 이날 소위엔 민주당 요구로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실장도 참석했는데,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업무개시명령은 오로지 파업 탄압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소위의 개정안 상정을 “다수당의 의회 폭거”라고 규정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한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은 회의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국가경제 피해는 눈 감은 채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를 옹호하며, 그들의 심복이 돼 청부입법까지 벌이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안이 처리되진 않았지만, 민주당은 다음 주 중 소위를 다시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논의에 불을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강공과 국민의힘의 장외전 양상에도 변수는 있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밀어붙이더라도, 그 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다. 김 의원이 법안 상정을 거부하면 민주당으로선 당장 손 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규정이 ‘법사위가 회부된 법안을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86조 3항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법사위를 건너뛸 수 있는 조항”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명분만 확실하다면 김 의장도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달 안으로 원하는 법안을 모두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한 다음, 60일이 지난 시점인 내년 2월쯤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임시국회에서 김 의장에게 직권 상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다만,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김 의장이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김 의장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보고를 위해 민주당이 요구해온 2일 본회의 개의를 거부하고 본회의 시점을 8일과 9일로 미뤘다. 사실상 여야 합의 우선 원칙을 내민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장으로선 친정인 민주당 편을 일방적으로 들기보다 중재와 합의를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 가수 플린트 충격 사망…결혼식 다음 날 숨진 채 발견 | 중앙일보
- 고교생 성폭행한 '통학차 악몽'…그 50대 범행 11건 더 나왔다 | 중앙일보
- "이게 아웃 아니네"…VAR도 도왔다, 일본 살린 결정적 장면 | 중앙일보
- '날강두' 설욕? 호날두 이겨서 뭐하나…포르투갈 이겨야지 | 중앙일보
- "자동차 지금 사세요"…벤츠도 아우디도 파격 할인, 가격 보니 | 중앙일보
- 재벌 3세, 미국 국적 연예인도 걸렸다…'대마 혐의' 9명 무더기 기소 | 중앙일보
- 한국 스트리머 어깨 잡고 볼 뽀뽀 시도…생중계된 인도 성추행 | 중앙일보
- "저 더러운 분 고소하겠다" 현아와 헤어진 던 분노케한 글 | 중앙일보
- 모니터서 '야동' 나왔다…초등학생 체험학습 버스서 무슨 일 | 중앙일보
- 벤투 레드카드 준 심판, 또 경기 빨리 끝냈다…주저앉은 벨기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