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로 시상식 찾은 김강, 비로소 부모님께 전한 감사
프로야구는 시상식 시즌이다. 1일 열린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을 시작으로 프로야구선수협회 주최 '리얼글러브', '은퇴선수의 날'이 이어졌다. 내주 9일 열리는 골든글러브까지 계속 이어진다.
시상식 주인공은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을 달성한 '시대의 아이콘' 이정후다. 지난달 17일 열린 KBO 시상식부터 최우수선수(MVP) 4관왕이다.
한 시즌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기억하는 자리다. 트로피의 무게가 다르긴 하지만, 수상자로 참석한 모두가 빛나는 자리다.
김강(34) KT 위즈 타격 코치도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사실 그에게 시상식은 낯설다. 2007년 한화 이글스에 지명(2차 3라운드)받은 그는 2011년까지 1군 통산 30경기밖에 나서지 못하고 은퇴했다. 선수로 상을 받을 일은 없었다.
지도자로는 빛났다. 이강철 감독이 KT 감독으로 부임한 2019년, 타격 코치로 부름을 받았고, 이듬해(2020년) 만 서른두 살로 메인 타격 코치까지 올랐다. 지금도 1군 최연소 메·타·코인 그는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높지 않았던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데이터 접목·기술 지도도 잘하지만, 선수의 긴밀하게 소통하며 자신감을 부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특유의 클러치 능력을 인정받아 '끝내주는 사나이'로 통하는 배정대는 김강 코치를 은인으로 삼고 있다. 조용호도 김강 코치와의 교감을 통해 타격 자세를 바꾼 뒤 데뷔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간판타자 강백호도 강점인 힘을 살리면서도 콘택트 능력을 키우기 위해 김강 코치와 소통했다.
박병호, 황재균 등 김강 코치보다 선배인 '현역' 선수도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 김강 코치와 자주 교류하며 타격 메커니즘을 바꿨다. 이날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 최고타자상을 받은 뒤 김강 코치를 향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황재균도 타격 기복이 있을 때 치밀하게 자신의 타격 자세에 대해 피드백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전하는 김강 코치에 도움에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김강 코치는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 코치상을 수상하며 최근 3년 동안의 실력과 공로를 인정받았다. 프로 무대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단상 앞에서 누군가를 향해 메시지를 전할 기회를 얻은 그는 "어린 나이에 코치를 시작했는데, 항상 믿음을 보내준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이어 "부족한 코치를 잘 따라준 KT 타자들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전력 분석팀, 불펜·배터리 보조 스태프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현장의 숨은 주역들도 언급했다.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부모님을 향했던 것 같다. 김강 코치는 "선수 때는 기회가 없어서 하지 못했지만"이라고 말문을 연 뒤 "'부모님의 믿음 덕분에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프로 무대는 정글이다. 승자와 패자, 스타와 무명, 고액 연봉자와 최저 연봉자가 모두 공존한다. 노력이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1군 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선수도 있다.
김강 코치는 2006 세계청소년야구선수 대회 우승 주역이었다. 지금은 슈퍼스타인 양현종 등 1988년생 동기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2군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1군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선수로는 능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야구인의 길을 걸었고, 남다른 지도 능력을 쌓았다. 김강 코치는 2020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의 대리 수상자로 시상식을 찾았다. 이날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는 올해 가장 뛰어난 코치로 인정받았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받았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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