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6강 운명 좌우한 VAR…44경기서 22회 판정 뒤집었다

피주영 2022. 12. 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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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일본의 결승골. VAR은 득점으로 인정했다. AP=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비디오 판독(VAR)이 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3차전 일본과 스페인의 경기는 사실상 VAR이 승부를 갈랐다. 일본은 1-1로 맞선 후반 6분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런데 일본의 미토마 가오루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간 것처럼 보였다. 선심도 공이 나갔다는 깃발을 들었다.

이에 VAR이 진행됐는데, 공의 곡면이 라인 밖으로 완전히 나가지 않고 걸쳤다고 판독했다. 아웃이 아닌 득점으로 판정이 뒤집혔다. 축구 경기 규칙은 '지면 또는 공중에서 공 전체가 골라인이나 터치 라인을 완전히 넘었을 때'를 '아웃 오브 플레이'(Out of Play)라고 규정하고 있다. 라인을 수직으로 연장했을 때 공의 일부가 닿아 있으면 인플레이로 간주한다. 결국 이 골은 결승골이 됐다. 일본은 2-1로 이기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선심은 일본의 결승골 당시 오프사이드 판정을 했다. 선심의 판정이 인정됐다면 일본은 16강에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두 번째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이 경우 16강 진출이 팀은 달라진다. 일본-스페인이 아닌 스페인-독일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경기 후 득점 장면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맨눈으로 봤을 땐 공이 아웃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의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이용자들은 VAR 판독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과 BBC는 일본의 깜짝 승리를 인정하면서도 VAR만큼은 '논란이 많다(controversial)'고 지적했다.

데일리 메일은 일본의 승리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독일의 한 격분한 팬이 이 장면을 두고 "몇 ㎜ 차이로 독일이 떨어졌다"는 말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두 번째 골 판정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각도에서 볼 때 공은 라인을 완전히 넘은 것처럼 보이지만 VAR은 다르게 봤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더 선은 선심이 아웃을 뜻하는 깃발을 들었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며 영상을 확인한 심판진이 볼을 아웃이 아닌 인으로 판독한 뚜렷한 증거는 아직 제공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등 유럽 언론과 팬은 카타르월드컵 VAR에 의문을 제기했다. EPA=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은 'VAR 월드컵'이라고 부를 만하다. 2일 오전까지 총 44경기가 펼쳐졌는데, 이중 VAR을 통해 판정이 번복된 사례는 무려 22회다. 두 경기에 한 번은 VAR로 판정이 바뀐 셈이다. 특히 2일 경기에서만 세 차례 판정이 뒤집혔다. 독일과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후반 44분 독일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4-2를 만드는 득점을 올렸으나 이때 선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결국 VAR을 본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크로아티아와 벨기에 경기에서는 전반 15분 크로아티아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는데, VAR을 통해 크로아티아 선수의 오프사이드가 발견돼 페널티킥이 취소됐다.

미국 ESPN은 "이번 대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가 VAR을 통한 판정 번복 등에 대해 팬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명확한 근거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SPN은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VAR 판독 시 관련 자료가 중계방송사에 공유되지만, FIFA는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게리 네빌은 데일리 메일을 통헤 "내가 음모론을 믿는 것이 아니고, 이번 대회 VAR 관련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는 느낌을 개막전부터 받았다"며 "정확한 앵글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VAR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타르월드컵은 'VAR 월드컵'이라고 불릴 만하다. AFP=연합뉴스

VAR은 Video Assistant Referee의 줄임말로 비디오 보조 심판으로 풀이되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도입됐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경기 과정을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특수 센서 등을 활용해 반자동으로 오프사이드를 잡아낸다. 이번 대회에선 공격수와 수비진이 동일 선상에 있었더라도 공격수의 어깨가 수비수보다 앞서 움직였다는 식으로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는 등 놀라울 만큼 정밀한 판독으로 화제가 됐다. 아르헨티나는 대회 첫 경기에서 VAR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이나 무효가 됐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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