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46> 입안 건강이 무너지면 몸이 시리다

이근형 입력 2022. 12. 2. 14:09 수정 2022. 12. 2. 14: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중국의 역사서 ‘춘추’에는 ‘입술이 상하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에서 입안 건강이 망가질 때 우리 몸에서 문제가 생기는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입안 건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웃거나 찡그리는 것과 같은 다양한 표정을 짓거나 말하거나 먹고 마실 때 입과 이와 혀를 적절히 사용한다. 입과 이와 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러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는데, 입안에 가장 많이 생기는 질환으로는 이가 썩어 흔히 충치라고 부르는 치아우식증과 잇몸 질환인 치은염과 치주질환이 있으며, 그 밖에도 구강암, 치아 상실, 구내염 등 많이 있다.

충치나 치은염과 치주질환은 조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낫는 사람도 많고, 완전히 낫지는 않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심장질환이나 췌장암처럼 사람이 쉽게 죽는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라서 불편을 안고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연구 결과들은 입안 건강이 전반적인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입은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세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로운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들어올 수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무해하지만, 일부는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에서는 콧물이나 기침, 재채기, 기도나 위장관의 점액, 구토와 설사를 통해 이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며, 위에서는 강력한 위산을 분비하여 이들을 죽이기 때문에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입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이러한 신체의 자연적 방어막이 뚫리면, 입안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혈관으로 들어가지 못하던 세균이나 음식물 찌꺼기와 침이 섞여 만들어지는 물질인 치석(플라크)이 혈관으로 침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처럼 혈관으로 들어 온 세균이나 치석은 혈류를 따라서 온몸을 이동하면서 각종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세균이나 치석은 동맥을 딱딱하게 하고 막히게 하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증상이 심장 동맥에서 나타나면 심장질환을 일으키고, 경동맥을 막으면 뇌졸중의 원인이 되며, 허파를 포함한 호흡기가 감염되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감염과 치주질환에 더 취약한 경우가 많아 치주질환은 혈당조절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를 당뇨병 합병증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동시에 잇몸 질환은 혈당 수치를 높이므로 입안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세균이나 치석이 뇌세포로 이동하여 뇌세포가 죽으면 치매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임산부는 임신으로 인한 다양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 입안 감염에 더 취약해지므로 임신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조산과 저체중 출산의 위험이 커진다.

잇몸 질환이 있는 환자가 담배를 피울 경우 구강암과 인후암은 물론, 췌장암이나 신장암, 혈액암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세균이 몸 안에서 염증을 증가시켜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잇몸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일반적으로 면역 체계가 약하여 감염에 더 취약하므로 콩팥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세균이나 치석에 감염되면 신장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만성 신장 질환 환자가 신부전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면 치명적이다.

이처럼 충치나 잇몸 질환과 같이 입안에 생기는 질병은 전반적인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데, 입안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인구 80억 명의 40%가 넘는, 거의 35억 명으로 추정할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21년 치은염과 치주질환으로 1,741만 명이 진료를 받아 2017년보다 14.6%가 늘었으며, 충치 진료를 받은 사람도 636만 명에 달하여 2017년보다 8.2% 증가하였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구강 질환이 매우 많으며,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 및 음료의 소비가 지적되고 있는데, WHO는 특히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식음료와 담배 및 알코올의 마케팅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구강 질환은 대체로 예방이 가능하고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금까지 입안 건강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는데, WHO가 말하는 것처럼 입안 건강은 무엇보다 입안에 생기는 질병의 예방이 중요하므로 이를 위해서 질병별로 구체적인 발생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근거로 예방대책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김재호 독립연구가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