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훼손에 식인까지…달라진 디즈니+ 오리지널 통할까
“디즈니에서 패밀리 시리즈를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트 쇼케이스’에 참석한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커넥트’의 재미 요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거침없이 신체를 훼손하고 유혈이 낭자한 영화로 정평이 난 감독이 가족 영화의 상징인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이다. 7일 공개를 앞둔 ‘커넥트’는 신대성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작품으로 정해인ㆍ고경표ㆍ김혜준 등이 출연한다. 죽지 않는 몸을 지닌 신인류 커넥트와 이들의 눈을 이식받은 연쇄살인마 사이의 추격전을 그린 만큼 다카시 감독의 장기가 여과 없이 발휘된다.
쇼케이스 둘째 날인 1일 공개된 작품 4편에서는 디즈니+의 달라진 행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영광ㆍ이성경 주연의 로맨스물 ‘사랑이라 말해요’를 제외하면 ‘커넥트’를 비롯해 필리핀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카지노’, 일본 시골 마을에 도착한 경찰관이 식인(食人) 풍습에 관한 비밀을 파헤치는 ‘간니발’까지 모두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 예상되는 작품들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APAC)에서 400여개 매체가 참석한 자리에서 가장 날카롭게 벼린 칼을 뽑아 들며 변화를 선포한 셈이다.
“브로커·커넥트 같은 협업 늘어날 것”
‘간니발’은 일본에서 200만 부 넘게 팔린 만화가 원작이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과 칸 각본상을 받은 프로듀서 야마모토 테루히사와 작가 오에 타카마사가 참여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등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과 비슷한 행보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2004)로 14살 때 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아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는 등 제작진과 배우 모두 화려하다.
‘간니발’의 연출을 맡은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도쿄!’(2008) ‘마더’(2009) 등에서 조감독을 맡기도 했다. 가타야마 감독은 “일본에서는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만화 원작 드라마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전 세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고레에다의 영화 ‘브로커’와 ‘커넥트’ 사례를 언급하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매살’ 등 흥행 IP 리메이크 잇따라
디즈니+는 지난 3분기 가입자 수가 1210만명 늘어 1억 6420만명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상승세지만, OTT 부문은 14억 7000만 달러(약 2조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9년 출범 이래 3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2020년 은퇴한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가 2년 만에 구원투수로 재등판했다. 한국 디즈니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다.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79만명으로 넷플릭스(1136만)는 물론 티빙(430만), 웨이브(416만), 쿠팡플레이(354만) 등 국내 OTT에도 밀려 고전하고 있다. 디즈니의 방향 전환이 먹힐지 주목된다.
싱가포르=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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