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19명'의 힘…한국 축구, 이젠 일본을 인정하라

김현기 기자 2022. 12.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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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제 한국 축구가 일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축구대표팀은 2일 카타르 알라얀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스페인전에서 후반 3분 도안 리쓰의 동점포, 3분 뒤 다나카 아오의 역전 결승포를 묶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지난달 23일 독일에 2-1 뒤집기 승리를 챙겨 이번 대회 이변의 주인공이 됐으나 나흘 뒤 코스타리카에 0-1로 패하면서 한 순간 16강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대어 스페인을 그것도 독일전과 같은 방식으로 후반 두 골 몰아쳐 역전 드라마를 쓰고 아시아 최초의 2회 연속 16강 진출팀이 됐다.

지난 4월만 해도 국내 축구계는 일본에 대한 동정 내지 조롱을 쏟아냈다.

카타르 월드컵 조추첨 당시 스페인, 독일, 코스타리카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독일은 각각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강호다.

코스타리카는 브라질 월드컵 때 8강에 오른 적이 있어 저력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불운을 실력으로 극복하고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직 포르투갈전 승부가 남았으나 한국 축구 입장에선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볼만 돌리고 골을 못 넣는다'는 일본 축구에 대한 편견도 말끔히 날렸다. 독일전과 스페인전에서 일본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각각 3개씩이었다. 총 슈팅도 독일전 10개, 스페인전 6개여서 독일이 일본을 상대로 기록한 슈팅 25개, 스페인이 일본전에 쏜 슈팅 14개와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했다.

기존 일본 축구에 대한 통념을 깨는 효율적이면서도 번뜩이는 공격으로 거함 두 척을 쓰러트린 셈이다.

모리야스 감독의 전술, VAR 판독에 따른 스페인전 결승골 인정과 같은 과학의 힘 등도 분명 일본의 개가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그 저변엔 숱하게 유럽을 노크하고 두들겨 온 일본 선수들의 도전 정신과 저변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앞두고 모리야스 감독은 총 26명의 엔트리 중 19명을 유럽파로 구성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8명을 비롯해 프랑스 3명, 스페인·잉글랜드·벨기에 각 2명, 스코틀랜드·포르투갈 각 1명이었다.

특히 일본 축구가 야심차게 키우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이변의 중심에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독일전과 스페인전에서 연달아 동점골을 쏜 도안(24)을 비롯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에서 두각을 나타낸 미토마(25), 그리고 한 때 리버풀에서 뛰었다가 지금은 프랑스 모나코로 간 미나미노 다쿠미(27), 스페인전 결승포 주인공 다나카(24) 등이 그렇다.

여기에 이번 대회 큰 활약은 없지만 구보 다케후사(21)와 도미야스 다케히로(24)도 주전과 후보를 오가며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 입장에서도 유럽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20명 가까이 되면서 이들을 선발은 물론 후반 조커로까지 폭 넓게 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후반에 등장하는 선수들이 상대팀 입장에선 더 무서운 경우가 됐다.

이번 대회부터 교체한도가 5명으로 늘어난 것도 일본에 큰 도움이 됐다. 화수분 같은 유럽파가 대이변의 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손흥민과 김민재라는 공수 양면에 걸쳐 유럽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일본 축구가 갖고 있는 유럽파의 힘과 저변에 못미치는 상황인 셈이다.

유럽 빅리그 혹은 중상위권 리그에서 갈고 닦은 일본 선수들의 개인기와 전술 소화 능력 등은 몇몇 선수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과 뚜렷한 비교가 되고 있다.

최근 각급 대표팀 한일전 패배와 함께 한국이 일본을 인정하고 부러워 하지 않을 수 없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어느 1~2개 대회를 반짝 잘하는 게 아니라 꾸준한 성적을 내는 기반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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