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 이룬 월드컵 우승...쓸쓸히 퇴장한 벨기에 '황금세대'

피주영 2022. 12. 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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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고개를 떨군 벨기에 선수들. AP=연합뉴스

벨기에의 '황금 세대'가 월드컵 정상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벨기에는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1승1무1패를 기록한 벨기에(승점 4)는 모로코(승점 7·2승1무), 크로아티아(승점 5·1승2무)에 이어 3위에 머무르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황금 세대가 이끄는 벨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로 이번 월드컵의 우승 후보로 꼽혔다. 이들은 2006년과 2010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벨기에가 이후 실시한 차세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했다. 로멜루 루카쿠, 크리스티앙 벤테케, 에덴 아자르, 마루앙 펠라이니, 케빈 더브라위너, 얀 페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티보 쿠르투아 등 공격과 수비, 미드필더, 골키퍼까지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성장했다.

벨기에 황금세대의 주축인 미드필더 더브라위너.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8강에 올랐고, 이듬해엔 FIFA 랭킹 1위를 차지하며 벨기에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하지만 기대를 모으며 출전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져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는 이들이 월드컵 우승에 도전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아자르와 더브라위너가 31세, 페르통언 35세, 알데르베이럴트 33세, 쿠르투아 30세, 루카쿠 29세 등 대부분이 4년 뒤면 전성기를 훌쩍 넘긴 30대 중후반이 되기 때문이다.

남다른 각오로 이번 대회에 나선 벨기에는 예상을 뒤엎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벨기에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면서 1골밖에 넣지 못했다. 모로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패하는 등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평균 30세 넘는 선발 라인업은 체력 저하로 고전했다. 더브라위너는 개막 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기에 우리 팀은 너무 늙었다"고 털어놨다.

부상 탓에 크로아티아전에서 골 찬스를 여러 차례 놓친 루카쿠(왼쪽). AFP=연합뉴스

간판 스트라이커의 부상도 영향이 있었다. 루카쿠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출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와의 3차전에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날리면서 탈락의 빌미가 됐다. 경기 종료 후 분을 이기지 못한 루카쿠는 벤치에 설치된 투명 플라스틱을 주먹으로 가격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탈락 후 인터뷰에서 "월드컵에서 승리를 따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첫 경기부터 우리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2차전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다"며 말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선 "오늘 우리는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었고, 후회는 없다"며 "탈락했지만 고개를 들고 떠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1, 2차전이었던 캐나다, 모로코와 경기 때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사퇴 의사를 밝힌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 AP=연합뉴스

2016년부터 벨기에 지휘봉을 잡은 마르티네스 감독은 동시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경기(크로아티아전)가 나의 마지막 경기였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도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만료될 예정이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원래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설령 우리가 우승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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