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생 안요스, 지치지 않는 UFC 작은 거인
[김종수 기자]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8·브라질)가 올해 3번째 경기에 나선다. 오는 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 센터서 있을 UFC 파이트 나이트 '톰슨 vs 홀랜드'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브라이언 바버레나(33·미국), 최근 3연승 행진을 벌이고있는 체급내 다크호스다. 둘은 웰터급 매치로 맞붙게 된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UFC무대서 뛰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스 안요스는 단체를 대표하는 베테랑 중 한 명이다. 신장(172.72cm)은 크지 않지만 타격과 서브미션 조화를 바탕으로한 실용성 높은 플레이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통산 31승 중 판정승이 16회(52%)에 달하지만 넉아웃, 서브미션 등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종종 연출해 화끈한 파이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 하파엘 도스 안요스는 3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무대 UFC에서 여전히 경쟁하고 있다. |
ⓒ UFC 아시아 제공 |
여기에는 타격 능력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짓떼로였던 도스 안요스는 타격을 제대로 장착하면서 전천후 토털파이터로 진화하는 데 성공한다.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 전문 타격가를 스탠딩 공방전에서 화력으로 격파할 정도로 빠르고 다양하고 거기에 묵직하기까지 했다.
방어기술과 회피력이 좋은 헨더슨을 맞아서는 빠른 공격에 그 이상으로 반응하며 맞받아쳤으며 무엇보다 파워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서며 스탠딩 대결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바디샷과 스트레이트는 물론 앞발, 뒷발로 자유롭게 킥을 날렸다. 이때만 해도 도스 안요스의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때 최강 스트라이커 포스를 풍기던 페티스를 상대로도 스탠딩에서 완승을 거두자 평가가 확 달라지기 시작한다. 미들킥이 주특기인 페티스를 상대로 미들킥으로 우위를 점했다. 당시 경기에서 안요스는 거침없이 페티스를 압박하며 더 빠르고 묵직하게 미들킥을 찼다. 페티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페티스가 카운터로 반격하면 기다렸다는 듯 어렵지 않게 피하며 역카운터를 노렸다. 바디샷과 테이크다운을 콤비네이션으로 썼으며 얼이 빠진 페티스가 패턴에 대비하자 태클 대신 안면으로 묵직한 펀치를 휘둘렀다. 페티스 입장에서는 5라운드 내내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화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세로니를 맞아서는 펀치와 킥으로 압박을 가한 후 폭풍 연타로 1라운드 1분 6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프랭키 에드가를 이을 새로운 라이트급의 지배자가 탄생했다'는 말까지 터져나왔다.
아쉽게도 도스 안요스의 폭풍질주는 에디 알바레즈를 맞아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전력상 도스 안요스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불의의 한방을 얻어맞고 무너지면서 챔피언 타이틀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당시 패배만 아니었다면 코너 맥그리거와의 빅매치업 상대도 알바레즈가 아닌 도스 안요스였을 것이다.
도스 안요스 입장에서는 1패 이상의 충격을 준 통한의 승부였다고 할 수 있다. 알바레즈는 사이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맥그리거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펀치 위주의 파이팅 스타일상 같은 펀처 유형인 맥그리거와의 승부에서 상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도스 안요스의 경우 킥에 그래플링까지 고르게 갖추고있어 훨씬 더 잘싸웠을 공산이 크다.
도스 안요스의 불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퍼거슨과의 일전에서도 패배를 기록하며 연패에 빠지고 만 것이다. 퍼거슨이 챔피언 타이틀을 노릴 정도로 강한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초반 흐름은 도스 안요스가 잡아갔고, 눈 찌르기 이후 분위기가 넘어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절치부심한 도스 안요스는 웰터급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지만 주변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도스 안요스의 기량은 의심할 것이 없었으나 라이트급에서도 크지 않은 체격으로 빅사이즈들이 즐비한 웰터급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는 '기량 앞에 사이즈는 의미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연승을 거두며 웰터급에서도 복병으로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누구에게나 까다로운 상대로 꼽히던 타렉 사피딘을 이겼고, 장신 그래플러 닐 매그니까지 잡아내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190cm의 매그니와는 '사실상 두체급은 차이가 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라운드에서 주짓수 테크닉을 뽐내며 완승을 거뒀다. 매그니를 상위에서 압박한 채 길목을 차단하는 도스 안요스의 모습은 잠시 동안 타격에 가려져 있던 특급 주짓떼로로서의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서 장사는 없었다. 도스 안요스는 2018년을 기점으로 전성기에서 내려오며 정상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상위 랭커들과의 승부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고 그대로 은퇴수순을 밟는듯 보였다. 하지만 다른 노장들과 비교해 노쇠화의 폭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2연패 이상 빠지지 않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중위권 정도의 상대들에게는 매서운 맛을 잃지 않고 있다.
올해 치른 2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는데 모두 5라운드까지 경기를 끌고 갔을 정도로 체력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일전을 치를 바버레나는 쉽지 않은 상대다. 182.88cm의 좋은 사이즈에 체력, 맷집 등을 앞세워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물갔다고는 하지만 돌주먹과 근성으로 유명한 로비 라울러를 넉아웃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도스 안요스의 타격은 여전히 정교하다. 그에 반해 바버레나는 다소 투박하고 막싸움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승을 이어오고 있는 배경에는 초반 상대의 맹공을 견디어내고 진흙탕싸움으로 서서히 분위기를 뒤집어 끝내 잡아먹어버리는 야수 본능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UFC 파이트 나이트 '톰슨 vs 홀랜드' 메인카드 대진표 |
[웰터급] 스티븐 톰슨 vs 케빈 홀랜드 [웰터급] 브라이언 바베레나 vs 하파엘 도스 안요스 [플라이급] 마테우스 니콜라우 vs 맷 슈넬 [헤비급] 타이 투이바사 vs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미들급] 잭 허맨슨 vs 로만 돌리제 [미들급] 에릭 앤더스 vs 카일 다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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