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희생양된 벨기에, 과거의 영광 뒤로하고 쓸쓸히 퇴장하다

노성빈 2022. 12. 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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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벨기에 0-0 크로아티아

[노성빈 기자]

▲ 조별리그 탈락에 낙담한 벨기에 선수들 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벨기에와 크로아티아의 경기가 끝난 뒤 벨기에의 악셀 비첼(왼쪽·33)과 동료 얀 페르통언(35·안데를레흐트)이 낙담해 있다. 이날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0-0으로 마친 벨기에는 F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가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 하면서 24년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란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벨기에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도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됐다.

벨기에가 2일 자정(한국시각)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한 벨기에는 모로코(2승 1무), 크로아티아(1승 2무)에 밀린 조 3위를 차지해 16강 진출에 실패한다.

쿠르투아 선방 빛바랜 루카쿠의 빅찬스 미스

지면 끝장인 두 팀의 현 상황으로 인해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다. 좌우 측면에서의 속도감있는 공격을 펼친 크로아티아는 전반 10초 만에 이반 페리시치가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와 요시프 유라노비치가 슈팅을 시도하면서 득점을 노린다.

벨기에 역시 케빈 데 브라이너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구사하면서 공격적으로 올라오는 크로아티아 수비 뒷공간을 노린다. 이를 통해 전반 11분 야닉 카라스코의 슈팅이 옆그물을 맞은 데 이어 14분에는 드리스 메르텐스의 슈팅이 아쉽게 골대를 넘어가고 만다. 이렇듯 두 팀은 결정적인 찬스를 잡었음에도 유효슈팅까지 만들어내지 못한 채 실속이 떨어지는 전반전을 펼친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벨기에는 후반 시작과 함께 로멜루 루카쿠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13분에는 토르강 아자르를 투입하면서 공격의 고삐를 당긴다. 크로아티아 역시 전반전에 선보인 경기력을 그대로 선보이면서 이에 맞대응 한다.

이 과정에서 벨기에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이 돋보였다. 후반 5분 크로아티아 요스코 그바르디올의 패스를 받은 마테오 코바치치가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하자 몸을 날려 막아낸 쿠르투아는 3분 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와 루카 모드리치의 연이은 슈팅마저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긴다.

쿠르투아의 선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후반 22분에는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루카 모드리치가 달려들며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노리자 쿠르투아는 이마저도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후반전 크로아티아의 결정적인 득점기회 4차례를 선방해냈다.

하지만 쿠르투아의 이런 활약에도 벨기에 공격진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 케빈 데 브라이너와 야닉 카라스코, 로멜루 루카쿠 등이 지속적인 기회를 만들면서 무려 14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골대를 넘어가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무위에 그쳤다.

특히 로멜루 루카쿠의 부진이 뼈아펐다. 루카쿠는 후반 2분 헤더슛으로 이날 첫 번째 유효슈팅을 기록한 것 외에는 후반 14분 빈 골대에 시도한 오른발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 데 이어 3분 뒤 문전앞에서 시도한 헤더슛은 골대를 넘어간다.

루카쿠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골이 아쉬운 경기 막판 페널티박스 안에서 득점기회를 엿보던 루카쿠는 후반 41분과 44분, 45분에 동료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한 발 느린 움직임으로 인해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이 세 차례 기회를 어이없게 놓친 루카쿠는 이날 자신에게 찾아온 5번의 기회를 모두 놓치는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인다. 이러한 플레이로 인해 벨기에는 끝내 크로아티아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맛본다.

찬란했던 벨기에 황금세대, 우승 결실 맺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
 
▲ 벨기에 황금세대 몰락? 모로코에 0-2 충격패 11월 27일(현지시간) 벨기에의 악셀 위첼(왼쪽)과 샤를레 더케텔라러(가운데)가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한 뒤 낙담하고 있다. 케빈 더브라위너(31), 에덴 아자르(31) 등으로 대표되는 벨기에의 황금세대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상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축 선수들이 30대에 들어서면서 이번 대회가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 로이터=연합뉴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유럽의 중위권팀으로 추락했던 벨기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 4강 멤버,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온 유소년 시스템 속에 성장한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자리매김 하면서 2010년대 초반 다시 유럽의 강호로 올라선다.

뱅상 콤파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얀 베르통언을 시작으로 에당 아자르, 케빈 데 브라이너, 로멜루 루카쿠 등 소위 황금세대들이 대표팀의 주축이 된 벨기에는 이들이 처음 출전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결과물인 우승을 가져오진 못했다. 2년 후 열린 유로 2016에선 웨일스의 돌풍에 발목이 잡히며 8강에서 탈락한 데 이어 2018 러시아 월드컵 3위, 유로 2020 8강 등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유로 2020에선 자신들을 물리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결과적으로 우승을 차지해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이때를 기점으로 벨기에는 정점에서 내려온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와 부상으로 인한 폼 저하속에 세대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수단이 고령화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팀에 기동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됐다. 여기에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전술운용, 선수 기용측면에서의 문제점도 개선되는 기미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선 1포트에 배정받었지만 우승을 기대하는 이는 없었으며 오히려 캐나다, 모로코, 크로아티아가 속한 F조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로 나타난다. 캐나다와의 첫 경기에서 미키 바추아이의 결승골로 승리를 차지했으나 상대의 높은 에너지 레벨에 경기내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벨기에는 모로코와의 2차전을 결국 0대 2로 패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었다. 여기에 케빈 데 브라이너의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우승할 적기였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팀이지만 선수들이 늙었다. 솔직하게 나는 벨기에의 우승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라는 인터뷰로 인해 팀내 불화설이 제기되는 등 바람잘날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맞이한 크로아티아와의 최종전에서도 벨기에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후반전 루카쿠를 시작으로 토르강 아자르, 유리 틸레만스, 에당 아자르, 제레미 도쿠 등 가용할 수 있는 공격자원들을 모두 기용했지만 루카쿠의 부진 속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미미하면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결과를 받아들인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했던 벨기에의 목표는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최악의 결과를 낳은 채 허망하게 끝나고 말었다. 이 대회를 끝으로 황금세대 멤버 다수가 대표팀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 벨기에는 이제 뼈를 깎는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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