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기적 재현할까... 벤투호, 마지막 포르투갈전서 사활 건다

박시인 2022. 12. 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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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위기 놓인 한국, 포르투갈 잡아야 16강 희망 보인다

[박시인 기자]

▲ 한국 대표팀 한국 대표팀이 오는 3일 오전 0시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 대한축구협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도전해야 한다. 포르투갈은 매우 강한 상대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4년 전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 예상을 깨고 FIFA 랭킹 1위 독일을 물리치며 대이변을 만들었다. 4년 전 카잔의 기적을 카타르 도하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카타르 알랴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경우의 수 따져야 할 포르투갈전

지난 가나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슈팅수 21-8, 볼 점유율 53%-32%(경합 15%)로 완전히 압도했다. 하지만 최종 점수는 2-3이었다. 상대에게 허용한 3개의 유효 슈팅이 전부 실점으로 연결됐다.

우루과이에 이어 가나전에서도 우리가 하고 싶은 축구를 충분히 구사했지만 2경기에서 얻은 승점이 1에 불과한 것은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현재 순위 한국은 마지막 포르투갈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 FIFA 홈페이지 캡쳐
 
H조에서 가장 강팀인 포르투갈전을 남겨둔 한국으로선 16강 진출 전망이 어두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경우의 수는 남아있다. 일단 16강에 오르기 위해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 다음 가나 vs. 우루과이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가나가 우루과이를 꺾으면 한국은 포르투갈전 결과에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된다.

하지만 가나가 우루과이와 비거가나 패할 경우는 상황은 달라진다. 승점, 골득실, 다득점 순서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한국이 포르투갈에 1골차 승리, 우루과이의 가나전 1골차 승리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다득점에서 2골이 앞서 있어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물론 우루과이가 가나에 2골차로 승리하면, 한국 역시 2골차로 이겨야 다득점으로 끌고 갈 수 있다.

16강 확정된 포르투갈, 한국전 로테이션 가동할까

포르투갈은 화려한 선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를 중심으로 브루누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셀루, 후벵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 누누 멘데스(파리 생제르맹), 하파엘 게레이루(도르트문트),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페(포르투) 등 다수가 유럽 빅클럽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 가나, 우루과이와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일찌감치 16강을 확정지었다. 한국전에서 주전급들이 일부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16강에서 G조 1위 브라질과의 맞대결을 피하려면 반드시 조 1위를 지켜야 한다. 만약 가나가 우루과이에 대승을 거두고, 포르투갈이 한국에 패하면 자칫 골득실에 따라 1, 2위가 바뀔 수 있다.

그렇다고 조 1위를 위해 주전들이 무리하게 나설 이유 또한 없다.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포르투갈로선 토너먼트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상이나 경고 누적 및 퇴장으로 인한 출전 정지 징계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1, 2차전에서 경고를 받은 선수는 브루노 페르난데스, 주앙 펠릭스, 후벵 디아스, 후벵 디아스, 다닐루 페레이라로 총 5명이다. 그리고 다닐루 페레이라, 누누 멘데스, 오타비우는 부상을 당한 바 있다. 이밖에 주전급들은 휴식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포르투갈 벤치 자원들의 면모는 화려하다. 지오구 달로트(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안드레 실바(라이프치히), 비티냐(파리 생제르맹), 팔리냐(풀럼), 주앙 마리우(벤피카) 등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칼을 갈고 한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끊이지 않는 부상 악재, 황희찬 첫 출전 임박?

포르투갈과의 역대전적에서는 1승으로 한국이 앞선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정확히 20년 만의 재대결이다.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 잦은 부상 악재에 시달렸다. 대표적으로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안와 골절 수술을 받고 급하게 복귀했다. 지난 2경기에서 손흥민은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장점인 스피드와 슈팅력을 살리지 못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나폴리)는 우루과이전에서 입은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지난 가나전에서 통증을 참고 뛰었다. 급기야 후반 추가시간에는 권경원과 교체 아웃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1일 한국 대표팀 최종 훈련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상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앞선 2경기에 결장한 황희찬(울버햄튼)이 복귀한다면 천군만마와도 같다. 저돌적인 전진 드리블 돌파과 공 운반, 과감한 슈팅 시도로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을 황희찬은 꼭 필요한 존재다.
 
▲ 조규성 한국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지난 가나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 대한축구협회
 
이강인-조규성, 벤투호의 새로운 무기로 자리매김

이강인(마요르카)과 조규성(전북현대)은 현재 한국이 내세울 최고의 공격 옵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29분 동반 교체 투입된 두 선수는 답답했던 공격의 활로를 열어제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가나전에서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황의조 대신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조규성은 후반 초반 머리로만 2골을 터뜨렸다. 월드컵 역사상 한국 선수 최초의 멀티골이었다.

이강인은 후반 12분 교체로 들어온 뒤 1분 만에 조규성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3분 후 김진수-조규성의 합작 동점골로 이어지는 데 있어 추격의 단초 역할을 제공한 것이다.

이날 이강인은 33분 동안 1도움을 포함, 터치 39회, 기회 창출 2회, 슈팅 3개, 패스 성공률 96%를 기록했다. 화려한 개인기와 정확한 킥 감각을 선보인 이강인은 승리가 필요한 포르투갈전에서 깜짝 선발 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자신의 조국 포르투갈과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 '조국' 포르투갈에 화살 겨눈다

벤투 감독은 과거 선수 시절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오랫동안 활약한 레전드다. 선수 경력을 마감한 이후 2010년부터 4년 동안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2018년 8월부터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한 벤투 감독은 한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견인하며, 비판 여론을 찬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역대 한국인 사령탑 가운데 최장수 감독이자 예선 도중 중도 교체 없이 4년 임기를 모두 채운 첫 번째 감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조국 포르투갈과의 만남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벤투는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자신의 국가대표 마지막 A매치를 치렀다. 20년 뒤 한국 대표팀을 맡아 포르투갈을 상대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직면했다.

또, 벤투 감독이 2014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지금까지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산투스 감독은 과거 스포르팅 리스본 시절 벤투의 스승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벤투 감독은 가나전 직후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하며 이번 포르투갈전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다. 심지어 전화나 무전기 등 통신수단으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도 규정상 불가능하다. 대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포르투갈전을 이끌게 된다.

벤투 감독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우선 우리 선수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나도 사람이라 당시 상황은 어쩔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경기 동안 보여준 좋은 모습들은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수비에서의 실수는 최소화해야 한다. 포르투갈전을 통해 좋은 팀이 뭔지 보여주겠다. 선수들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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