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카잔의 기적’ 경험한 이재성, “이번엔 믿음 더 강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재성(30·마인츠)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두 번째 월드컵이다. 그는 4년 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아무도 예상 못 한 독일전 승리(2-0 승)의 주역이었다.
4년 전에도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복잡한 경우의 수에 기대어 난적을 상대했다. 지금과 상황이 흡사하다. 당시 한국은 비록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독일을 조 최하위로 끌어내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은 1무 1패의 불리한 상황에서 H조 최강팀이라 할 수 있는 포르투갈과의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성은 자신감부터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훈련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4년 전과 상황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이재성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때는 연달아 2패를 했고, 마지막에 독일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의 두 경기를 잘했고, 포르투갈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성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대부분이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분위기가 역대 최고라고 할 만큼 좋다”고 입을 모은다. 대회 중 언론을 통해 대표팀의 잡음이 새어 나오지도 않았고,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의 볼멘소리도 전혀 없다. 포지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끼리도 인터뷰에서 웃으면서 서로를 응원한다.
이재성의 말에서 그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간절함’을 갖고 출전한 선수가 많다.
수비수 김진수(전북 현대)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해 번번이 본선행이 좌절됐지만, 이번엔 드디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김민재(나폴리)도 비슷하다. 지난 대회 전 부상으로 꿈을 접었지만 이번에는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역시 눈 주위 골절 탓에 정상적으로 뛰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마스크를 쓴 채 뛰고 있다.
이런 선수들의 간절함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유럽파가 많다 보니 선후배 사이의 딱딱한 기강 잡기 보다 경기 중 서로의 플레이를 지적해서 다잡아주고, 잘못된 점을 스스럼없이 토론하고 고쳐가는 분위기도 있다.
윙어 나상호(FC서울)는 “가나전에서 우리 오른쪽 라인 수비가 안 돼서 실점했다. 김민재, 김문환 선수 등 오른쪽 수비에 가담해야 하는 선수들이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성은 “포르투갈과 개인으로 싸우면 우리가 밀리지만, 팀으로 싸운다면 잘할 수 있다는 걸 모든 선수가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만일 포르투갈전이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가 된다면, 월드컵은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땐 이 무대에서 다시 뛸 수 있을지 모른다. 결과를 내서 축제를 즐기고 싶다. 국민 여러분께 승리의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하(카타르)=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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