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허언 아니다! 일본 축구, 기적 같은 자이언트 킬링쇼

독일 이어 스페인까지 연파 이변..'죽음의 조' 끝판왕 등극
경질 위기 때도 '8강 목표' 말해왔던 모리야스 감독 용병술 주효
두려움 잊은 일본, 16강에서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격돌

스페인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일본 축구대표팀이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Xinhua=뉴시스

일본이 독일에 이어 스페인까지 연파하는 ‘자이언트 킬링쇼’로 열도를 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2일 오전 4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전반 1골을 내줬지만, 후반 초반 2골을 몰아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피파랭킹 24위)이 월드컵에서 피파랭킹 한 자릿수 팀에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인은 피파랭킹 7위의 강팀이다.

‘죽음의 조’로 꼽혔던 E조에서 1위(2승1패)로 16강에 진출한 일본은 오는 6일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16강 대결을 펼친다. 일본에 져 조 2위가 된 스페인은 F조 1위 모로코를 상대한다.

일본 언론들도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게키사카는 경기 직후 "도하의 기적 일으킨 모리야스호가 스페인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죽음의 조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요 외신들도 “일본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일궜다. 우연이 아니다.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이룬 결과라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2000년대 월드컵 우승팀이자 정상급 전력을 보유한 독일과 스페인을 연파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두 경기 모두 스코어는 같았고, 용병술도 흡사했다.

조별리그 1차전 독일과의 대결에서 전반 수세에 몰리며 1골을 내준 뒤 후반 시작과 함께 주전들을 대거 교체하며 순식간에 2골을 몰아넣고 2-1 역전승을 거뒀던 것과 판박이다. 독일전에서 교체 투입된 도안 리츠와 아사노 타쿠마가 연속골을 터뜨렸고, 스페인전에서도 교체 멤버 도안 리츠가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도 예상대로 전반은 스페인에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 11분 만에 문전에서 모라타에게 헤더골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스페인에 끌려갔지만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전반을 0-1로 마친 일본은 후반 시작과 함께 도안 리츠·미토마 가오루를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도안이었다. 후반 3분 만에 박스 바깥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스페인의 후방 빌드업 과정 때 순간적인 전방 압박이 빛을 봤다.

1-1 동점을 이룬 일본은 불과 2분 뒤 다나카 아오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우측면을 허문 도안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것을 미토마가 골라인을 나가기 전에 살려 문전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받은 다나카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골라인 아웃 여부를 놓고 비디오 판독(VAR)까지 했지만 골로 인정됐다.

2-1 역전에 성공한 일본은 스페인에 이렇다 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후반 44분 박스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하나 허용했지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로 지워버렸다. 7분의 추가시간까지 버텨낸 일본은 2-1 역전승을 완성하며 아시아 축구 사상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포효했다.

코스티라카전에서 주전급들 일부를 뺀 탓에 패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용병술은 독일에 이어 스페인까지 꺾는 원동력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4월 카타르월드컵 조추첨 결과 일본은 카타르월드컵 ‘죽음의 조’에 빠졌다. 모두가 실망하며 탄식할 때도 모리야스 감독은 애써 태연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8강을 목표로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경질 위기를 겪을 때도 “일본은 8강에 갈 수 있는 팀이다. 죽음의 조에 있지만 우리의 축구를 한다면 8강에 진출하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축구팬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일본 축구 원로들은 “모리야스 감독 말 조심하라”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특유의 용병술을 앞세워 독일을 꺾은 데 이어 스페인까지 누르면서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16강에서는 2018 러시아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 격돌한다.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피파랭킹의 차이는 아니지만, 크로아티아는 스페인-독일보다 아래인 피파랭킹 12위 팀이다. 일본이 막연히 두려워 할 상대가 아니다. 죽음의 조에서 '끝판왕'에 등극한 일본의 8강행도 요원한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