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새벽 실외 운동, 나이든 심장엔 직무 유기"

오상훈 기자 2022. 12.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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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이수남 교수

 

날이 급격하게 추워졌다. 빙판길 낙상을 우려하는 고령자들이 많다. 그런데 추운 날에는 가만히 있어도 몸 내부의 변화로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심근경색이 대표적이다. 사람의 혈관은 장기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외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는데 날이 추워지면 수축한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 혈관내벽의 기름때가 방출되고 혈전을 형성해 혈관을 막아버릴 수도 있다. 실제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심근경색 발생률이 2%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심근경색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이수남 교수에게 물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이수남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근경색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막히는 질환이다. LDL 콜레스테롤 등의 지질이 혈관내벽에 침착하면 동맥경화가 발생한다. 혈관 속 지질, 석회질 등은 동맥경화반이라고 해서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낮은 기온이나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면 터질 수 있다. 이러면 지질 등이 혈액의 혈소판과 만나 혈전을 형성하고 이게 혈관을 막으면 심근에 영양소, 산소 등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괴사한다.

-유독 잘 생기는 계절이나 시간대가 있나?
겨울철, 특히 새벽에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심장질환이든 뇌혈관질환이든 마찬가지다. 낮은 기온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러면 혈관 내경 자체가 좁아져 동맥경화반이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겨울철 새벽에 실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권하지 않는다.

-심근경색 환자들이 늘어나는 원인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 심근경색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겪을 확률도 같이 올라간다. 또 건강검진을 받은 인구가 늘어나 진단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극심한 흉통을 호소한다. 나이가 젊을수록, 특히 주요 호발 연령인 50대 남성에게서 강한 통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다. 이보다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극심한 흉통 외에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명치가 아프다거나 체한 것 같다고 호소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나이가 많은 환자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이수남 교수가 심근경색의 통증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흉통을 유발하는 질환이 많은데, 통증을 구분할 수 있을까?
흉통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의 비율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이 30%, 위염이나 위식도 역류증이 40%, 나머지 30%는 대상포진, 기흉, 폐렴 등이다. 통증 양상 간 차이가 있긴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스트레스받을 때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식은땀이 나진 않는다. 반면 왼쪽 가슴이 극심하게 아프면서 터져버릴 것 같은 통증이 20분 이상 식은땀과 동반된다면 심근경색 가능성이 크다. 일반인이 구분하긴 쉽지 않다.

-흉통이 발생했을 때 대처법은 무엇인가?
119에 신고하는 게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다. 간혹 흉통이 시작됐을 때 스스로 차를 몰아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본인은 물론 타인도 다치게 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기저질환자라면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한 뒤 구급차를 기다리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가슴을 친다든가 체했을 때처럼 손을 따서 피를 흘리는 등의 민간요법은 근거가 없다. 심근경색이 심실 빈맥과 동반한 환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이때는 심장마사지(심폐소생술)를 해야 한다.

-증상이 살짝 왔다가 괜찮아져도 병원에 방문해야 하나?
그렇다. 심근경색의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다. 측부혈관이 발달한 사람들은 잠깐 아프다가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를 방치하면 만성폐색병변이되고 혈관이 막힌 지 오래되면 뚫기가 쉽지 않다. 병원을 꼭 방문하는 게 좋다.

-병원에 방문하면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
심정지의 80%는 심장 때문에 발생한다. 나머지 20%는 뇌출혈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이다. 심장질환에는 심근경색, 심근염, 폐동맥 색전증, 대동맥 박리 등이 있다. 대다수 심정지 환자들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응급실에 내원한다. 심장리듬이 돌아오면 심정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심전도를 찍는다. 심근경색은 전형적인 심전도 수치가 있기 때문에 이후 심장초음파를 적용한 뒤 응급 시술을 시행한다.

관상동맥 모형./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어떻게 치료하나?
심근경색 치료는 약물치료와 스텐트 삽입술로 나뉜다. 두 시간 내로 이뤄져야 한다. 만약 구급차가 두 시간 내에 환자를 스텐트 삽입술이 가능한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면 스텐트 삽입술을 실시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혈전을 녹여주는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강원도 등에서 문제가 되는데 스텐트 삽입술이 가능한 병원은 적고 그 병원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길기 때문이다. 스텐트 삽입술의 과정은 꽤 간단하다. 와이어라고 해서 가느다란 철사를 넣어서 고무풍선으로 혈관을 넓혀주고 철로 된 그물망인 스텐트를 넣어주면 끝난다.

-심근경색 치료에 있어서 앞으로의 과제는?
급성 심근경색의 치료 효과는 스텐트 삽입술이 우월하다. 대안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스텐트가 녹지 않는 철로 돼 있어서 몇몇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녹는 스텐트가 개발됐는데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스텐트 개발이 먼저다.

-평소 예방법도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그중에서도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만약 심근경색 환자가 흡연자다. 그러면 첫 번째 치료는 금연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금연을 잘 안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치료 자체가 환자들 입장에서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부분 마취로 한 시간 안에 끝나지만 실상은 죽다 살아난 것이다. 병원에 오기도 전에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다. 지속적인 운동도 필요다. 신체활동이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중강도면 일주일에 150분 이상  고강도면 75분 이상, 기저질환이 있든 없든 해야 한다. 그다음으론 적절한 체중 관리와 수면시간이다. 표준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평소 7시간 9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이수남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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