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레드카드 준 심판, 또 경기 빨리 끝냈다…주저앉은 벨기에

피주영, 정수경 2022. 12. 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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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 한국-가나전에서 상식 밖 판정으로 물의를 빚은 앤서니 테일러 심판이 또다시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을 내렸다.

테일러 심판은 2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 크로아티아와 벨기에의 경기에 주심을 나섰다. 양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0-0의 팽팽한 흐름은 후반 막판까지 이어졌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크로아티아는 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지만, 벨기에는 3위로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벨기에 선수들은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 총공세에 나섰다. 후반 막판 벨기에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가 연달아 골 찬스를 맞는 등 분위기는 벨기에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추가시간은 4분이 주어졌고, 벨기에는 사력을 다해 몰아쳤다.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든 테일러 심판. AFP=연합뉴스


문제의 장면은 후반 추가 시간 3분50초가 지났을 무렵 나왔다. 벨기에서 역습에 나서는데, 테일러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물더니, 4분의 추가 시간이 다 지나지도 않은 3분54초께 종료 휘슬을 불었다. 이번 대회에선 추가 시간에 경기 지연 상황이 나올 경우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까지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주어진 시간보다 1~2분 더 경기를 했다. 5~10초가 더 주어졌다면, 벨기에는 마지막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테일러 주심은 주어진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경기를 끝냈다. 벨기에 선수들은 허탈한 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벨기에-크로아티아전 주심으로 나선 테일러(가운데) 심판. AFP=연합뉴스

테일러 심판은 지난달 28일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가나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판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테일러 심판은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직전 한국이 마지막 코너킥을 얻었는데도 느닷없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렀다. 한국은 가나에 2-3으로 패했다. 테일러 심판의 결정은 이례적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마지막 코너킥까지 진행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반격 기회조차 얻지 못한 벤투 감독이 경기 후 거칠게 항의하자, 테일러 심판은 벤투 감독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결국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첫 감독이자, 역대 월드컵에서 퇴장당한 한국 대표팀 최초의 감독이 됐다. 한국은 12월 3일 오전 0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감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테일러 심판은 이미 손흥민과 악연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그는 손흥민을 퇴장시킨 적이 있다. 2019년 12월 첼시와의 2019~20시즌 18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와의 경합 이후 발을 들어 올린 장면으로 비디오 판독(VAR) 끝에 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3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지자 토트넘이 반발해 항소했으나,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기각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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