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주식회사 FIFA

정제원 2022. 12. 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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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 스포츠디렉터

월드컵은 최고의 비즈니스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카타르의 미디어 알자지라가 최근 분석했다. FIFA는 축구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 알자지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월드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원하는 상품을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돈 벌기는 무척 쉬울 것”이라며 “월드컵이 바로 그렇다”고 소개했다.

숫자를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FIFA 월드컵 보고서에 따르면 FIFA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4년 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64억 달러를 벌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선 수입이 더 늘어난다. 75억 달러(약 9조7700억원)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억짜리 아파트 9700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 카타르월드컵 수입 10조원 육박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공은 둥글다” 공정한 경쟁 상징
오늘 밤 포르투갈전 즐기시길

안면 수술 이후 마스크를 쓰고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주장 손흥민. [AP=연합뉴스]

FIFA의 가장 큰 수입원은 TV중계권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방송사가 FIFA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중계권료를 지불한다. 최근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도 중계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케팅 광고 수입도 적잖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FIFA가 주관하는 축구 대회에서 광고하기 위해 줄을 선다. 코카콜라·아디다스를 비롯해 중국의 완다 그룹, 한국의 현대기아차 등이 FIFA의 파트너란 이름으로 월드컵에 참가한다. 입장권 판매도 FIFA의 또 다른 수입원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선 티켓 약 300만장이 팔렸다. 이 밖에도 FIFA는 게임 회사에 ‘FIFA’란 명칭을 쓸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돈을 받는다. 이 정도면 ‘주식회사 FIFA’라고 부를 만하다. 최고의 장사꾼이요, 마케팅의 귀재다.

알자지라는 FIFA가 손쉽게 돈을 번다고 했지만, 사실 월드컵은 치열한 갈등의 산물이다. 월드컵은 1930년 프랑스 출신 쥘 리메가 창설했다. FIFA 3대 회장을 맡은 그는 명실상부한 세계축구선수권대회를 만들기 위해 유럽과 남미를 부지런히 오갔다. 그 결과 우루과이에서 1회 대회를 열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머나먼 남미 땅에서 축구 대회를 여는 게 못마땅했지만, 쥘 리메의 설득에 못 이겨 마지못해 참가했다. 그 대회에서 주최국 우루과이가 우승한 이후 잉글랜드·프랑스가 이끄는 유럽과 브라질·아르헨티나가 버티는 남미는 월드컵 때마다 치열한 대결을 벌인다.

FIFA와 IOC도 라이벌 관계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는 올림픽을 개최하는 IOC와 치열하게 싸웠다. FIFA는 특히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을 빼겠다고 협박도 불사했다. 올림픽 축구에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게 한 것도 FIFA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월드컵은 이제 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4년 뒤 2026년 월드컵부터는 참가국이 현재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AP통신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선 FIFA가 10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축구 단일 종목인 월드컵이 종합 스포츠 제전 올림픽을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비결은 뭘까. 그건 바로 축구가 가진 단순성 때문일 것이다. 축구는 평등하고, 공정하다. 룰이 복잡하지도 않다. 길이 105m, 폭 68m의 사각형 안에서 둥근 공을 차 상대편 골문 안에 집어넣는 경기가 바로 축구다. 야구처럼 경기장 규격이 들쭉날쭉하지 않다. 골프처럼 경사진 지형에서 공을 치는 것도 아니다. 축구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없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준다. 공도 규격이 똑같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구를 사용한다.

그 결과 축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또 하나의 ‘랭귀지’가 됐다. 초연결 사회는 축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유럽 축구 경기 결과가 실시간으로 안방에 전해진다. 월드컵을 창설한 쥘 리메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축구를 통해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 가슴에 증오를 품거나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늘 밤 한국은 포르투갈과 3차전을 벌인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를 보면서 우리는 오랜만에 피가 끓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고, 심장이 터질 듯한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개막식에 나선 BTS 정국은 또 얼마나 멋지던가.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해 부러운 시선으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이웃 나라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정제원 스포츠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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