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주년 매출 2조 진입…‘한세 2.0’ 지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2. 12. 1.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EO LOUNGE]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1976년생/ 고려대/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2009년 한세실업 R&D 부서장/ 2017년 한세실업 대표이사 부사장/ 2020년 한세실업 부회장(현)
전 세계 9개국 20개 법인에 9개 사무소 운영. 직원 수만 전 세계 5만여명. 한 해 옷 4억장 수출.

한세실업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수치다.

한세실업은 최근 실적 발표로 더더욱 주목받았다. 3분기 매출액만 588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내실도 탄탄하다. 3분기 영업이익 655억원. 제조업계에서 보기 드문 두 자릿수 영업이익율, 무려 11.1%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이 코로나19 여파로 179억원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세를 몰아 한세실업의 올해 전체 매출액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마침 창립 40주년을 맞는 해. 매출 2조원 클럽 진입은 회사 입장에서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수익성 좋은 고가 의류 브랜드와 계약이 늘어나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대부분 장기 계약인 만큼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올해 3분기 평균 판매단가가 8.6달러로 2021년 7.2달러, 2020년 5.6달러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고단가 제품 수주 증가가 두드러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세실업은 1982년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설립했다. 갭, H&M,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유명 의류 브랜드 옷을 디자인 기획 제안, 생산, 납품하는 업계 ‘전통의 강호’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월마트’와 ‘타겟’의 자체 상표(PB) 상품도 생산, 수출한다.

2003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온라인 서점 1위 예스24, 2014년 교육 콘텐츠 기업 동아출판 등을 인수하며 문화콘텐츠 분야에 진출했다. 2009년에는 한세예스24홀딩스를 지주사로 설립하며 한세실업이 인적분할돼 지금에 이른다.

현재 한세실업을 이끌고 있는 이는 김동녕 회장 차남인 김익환 부회장(46)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대 졸업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이수했다. 2004년부터 한세실업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그가 입사 후 특히 공을 들인 부문은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기반 경영이다. HAMS(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가 대표작. HAMS는 한세실업만의 스마트 시스템으로 제품 생산 과정의 모든 흐름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본사에서 전 세계 모든 공장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해 고객사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신뢰를 단번에 얻었다는 후문이다.

HAMS는 자체 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코로나19 사태,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온 시점, 김 부회장은 HAMS를 통해 북미와 인접한 중미 지역 생산을 지속 확대하는 식의 물류비 절감 방안을 도출해냈다.

친환경·ESG 경영에도 앞장섰다. 2017년 김 부회장은 일찌감치 3D 기반 가상 샘플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샘플 제작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김 부회장은 “현물 원단의 텍스처(질감), 패턴(무늬), 컬러감까지 그대로 표현해 실물 샘플만큼 정교한 구현이 가능한 한세실업만의 3D 기술은 바이어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R&D센터에 지속 투자하고 가상 모델 개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세실업은 2025년까지 실물 샘플의 80% 이상을 3D로 대체할 계획이다.

생산 현장에도 ESG 경영 요소가 반영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빗물 재활용을 위한 ‘빗물 저장 시스템’, 에어컨 대신 작업장 내 온도를 조절하는 ‘워터 쿨링 시스템’ 등 2019년부터 해외 공장에 다양한 친환경 의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전인 2015년 대비 2020년에는 물 사용량 8000만ℓ 이상, 유류 사용량 14만ℓ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 20% 이상 감축, 석탄 사용량 100% 절감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재활용 섬유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 ‘리커버’와도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공정 구축에도 많은 힘을 쏟아왔다. 사이즈 라벨 부착, 폴리백 작업, 가먼트 폴딩 등 작업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업무를 오랜 기간 관찰해온 그는 생산 공정을 최대한 쪼개서 자동화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냈다. 자동 폴딩기 개발 과정이 주요한 사례 중 하나다.

작업자가 기계 위에 제품을 올리면 기존 매뉴얼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자동 폴딩기다. 김 부회장은 현장 근로자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스마트 공장 전문가와 머리를 맞댄 끝에 한세실업만의 스마트 공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임직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할 컴퓨터, 소위 ‘알봇’을 도입했다. 외부로부터 반복적으로 받는 질문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챗봇 시스템도 활용한다.

▶경기 침체 파고…품목 다변화로 뚫겠다

한세실업의 고성장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올해 실적은 리오프닝, 즉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야외 활동과 사업 재개 등의 호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일종의 기저 효과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연준은 내년에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포스트 코로나’ ‘리오프닝’과 같은 패션업계에 우호적인 환경도 한계를 보일 우려가 있다.

리오프닝 특수 이후 외출복이 많이 팔린 건 사실이다. 실내복보다 외출복이 대체적으로 단가가 높다 보니 한세실업 역시 올해까지는 빼어난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둔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외출을 자제하거나 새 옷을 사는 빈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기조가 나타나면 고객사인 패션 업체 입장에서 내년 생산량을 조절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어려움에도 김 부회장은 “앞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 디지털 기반 공급망 구축, 생산 공장의 수직 계열화 완성, 사업 카테고리 확장의 선순환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혁신적인 기업 문화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한세 2.0’ 시대를 이끌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김 부회장이 주창하는 주요 전략은 품목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수직 계열화로 요약된다.

외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하누리 애널리스트는 “한세실업이 스포츠·아웃도어를 추가한 품목 다변화에 기반한 질적 성장, 미얀마 신규 공장 가동과 과테말라 원단 수직 계열화 투자 등 생산설비 증설을 통한 양적 성장이 모두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