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일’에 돈 몰린다…카카오·티맵도 뛰어든 ‘30조원’ 시장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2. 12. 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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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2020년 기준 미들마일 시장(잠깐용어 참조) 규모다. 7조원으로 평가받는 라스트마일 대비 약 4배 이상 크다.

이 시장에 뛰어든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토스 등장 이전의 금융, 배달의민족이 없던 요식업, 카카오T를 쓰지 않던 택시업계와 닮았다”고 평가한다.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미들마일 시장은 IT 기술력 불모지다. 여전히 관행이 난무하는 시장이다. 둘째 IT 기술력 불모지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국내 주요 기업도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미들마일 업체를 인수해 시장에 뛰어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불황에도 돈이 몰리는 미들마일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허리 역할 담당하는 물류 중심

▷NO 미들마일, NO 라스트마일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상품은 어떻게 우리 집까지 찾아올까. 쿠팡 로켓배송, 이마트 쓱배송, 마켓컬리 새벽배송 등 흔히 알고 있는 배송 서비스로 운반된다. 물류업계는 이를 라스트마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유통 업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라스트마일 전 단계는 뭐라고 부를까. 이를 미들마일이라고 칭한다. 기업과 기업 간 운반 과정이다. 예를 들어 원자재를 제조 공장으로 공급하는 과정, 제조 공장에서 각 대리점으로 보낼 때의 물류 단계다. 상품 운반 과정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고객과 접점은 없지만 미들마일 없이는 라스트마일도 존재할 수 없다.

미들마일 시장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미들마일 시장 규모가 라스트마일 시장보다 크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기업들의 관심 밖이었다.

이유가 뭘까. 복잡하기 때문이다. 라스트마일 핵심은 고객에게 예고된 시간 내 상품을 전달하는 일이다. 일부 고객이 예고된 시간을 변경하는 일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협의해야 하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미들마일 시장은 다르다.

차량 종류(1t부터 25t까지), 차량옵션(카고, 냉동탑차, 리프트, 윙바디 등), 상하차 방법(손운반, 지게차, 컨베이어 등), 기타 옵션(상하차 시 기사 도움) 등을 기업 간 협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 시장을 구성하는 참여자도 다양하다.

화물 운전자인 차주, 화물 소유자인 화주, 차주와 화주를 연결하는 운송사·주선사가 있다.

지금까지는 운송사·주선사가 아날로그 형태로 화주와 차주 간 복잡한 조건들을 맞춰갔다. 전통적 일반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 그렇듯, 폐쇄된 구조였다. 수기 운송비 관리, 각종 관행 기반 암묵적 거래가 이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미들마일 디지털화, 시작은 벤처

▷대기업까지 뛰어든 IT 불모지

2016년 두 곳의 스타트업이 설립됐다. 로지스팟과 와이엘피다. 두 회사는 미들마일 혁신을 내세웠다. IT 불모지였던 미들마일 시장에 자동화, 전산화를 접목했다.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화물운송 차량 배차를 간편하게 요청할 수 있는 배차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화물 차량 실시간 위치 정보, 운송 데이터, 정산 데이터 등 화주와 차주가 궁금해하던 정보를 일괄 제공했다.

이커머스, 배달 시장과 비교하면 뒤늦은 혁신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로지스팟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00여 기업 고객은 마감 시간을 최대 90%까지 줄였다. 또 로지스팟 이용 고객 60% 이상이 운송 최적화로 물류비를 절감했다.

자연스레 두 회사 매출 규모가 급증했다. 로지스팟은 지난해 613억원의 매출(연결 재무제표)을 기록했다. 2019년 120억원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와이엘피 매출도 155억원에서 475억원으로 불어났다.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미들마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주자는 티맵모빌리티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와이엘피 지분 100%를 79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1월에는 25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에 따르면 인재 영입, 사업 강화 차원의 투자였다. 미들마일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해부터 미들마일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이든종합물류가 보유한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 면허권’을 사들인 게 시작이다. 정부는 공급 과잉 방지를 이유로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을 허가제로 변경했다. 조건이 까다로워 신규 취득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올해는 미들마일 업체 지분 획득, 인수합병 행보도 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미들마일 시장 중개 솔루션 업체 ‘위드원스’ 지분 100%를 획득, 인수를 마무리했다. 지난 10월에는 화물업계 중개 플랫폼 화물마당 지분 49%를 매입했다. 화물마당은 주선사연합회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로지스팟, 와이엘피와 비슷한 서비스를 수기 등 아날로그 형태로 제공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디지털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적자 늪 모빌리티의 히든 카드

▷“이미 본체로 자리 잡았다” 평가도

모빌리티업계는 여전히 적자 늪에 시달리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규모는 영업이익 125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도 흑자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티맵은 만성 적자다. 규제, 기존 업계 갈등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수익화 개선이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들에게 압도적 경쟁자가 없고, 기존 업계와 갈등 요소가 없는 미들마일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티맵 모회사 SK스퀘어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티맵 매출은 584억원이다. 이 중 미들마일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이 395억원이다. 사실상 티맵 본체가 미들마일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수익성이다. 미들마일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매출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로지스팟과 와이엘피는 지난해까지 적자에 시름했다. 지난해 로지스팟과 와이엘피 영업손실은 각각 45억원, 48억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익성 관련,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축적돼 효율성이 개선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예상이 나오는 건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 등 해외 사례 때문이다. 우버 프레이트는 차주와 화주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2018년 8월 독립 사업부로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분리 이후 우버 프레이트는 투자로 사업을 넓혔다. 지난해 7월에는 운송 관리 서비스 회사 트랜스플레이스를 22억5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미들마일 관련 데이터가 증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들마일 시장에 적용되는 IT 기술력이 개선됐다. 사업 효율성이 높아져 올해는 조정 에비타(EBITDA) 기준 연간 흑자가 예상된다. 올해 누적 조정 에비타는 800만달러(약 108억원)다. 에비타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이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타깃 모델(우버 프레이트)이 있고,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능한 모빌리티 업체들이 미들마일 역량까지 갖출 수 있다면 사람의 이동이 아닌 물류의 이동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미들마일(Middle-Mile)

기업과 기업 간 물류 이동이 일어나는 구간을 의미한다.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를 ‘라스트마일’이라고 부르는데, 미들마일은 그 직전 단계다.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30조원으로 평가되는데, 디지털 전환이 느린 편이다. 최근 IT 기업이 미들마일 시장에 힘을 쏟는 이유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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