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故장쩌민 애도 물결…“백지 시위 불붙나”

권지혜 2022. 12. 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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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적이면서 개방적이고 소탈
대대적인 추모 바람은 현 체제에 대한 불만 반영
SCMP “中지도부, 제로코로나 출구 준비”
30일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부고 뉴스가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갑작스러운 서거가 코로나 봉쇄 반대에서 시작된 ‘백지 시위’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적이면서 개방적이고 소탈했던 장 전 주석을 향한 대대적인 추모 바람이 현 체제에 대한 불만과 겹쳐 민심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중국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1일 시민들이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을 추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에선 1일 온라인을 중심으로 애도 물결이 일었다. 중국인들은 고인을 ‘장 할아버지’ ‘어르신’ 등으로 칭하며 “개방의 자유를 느끼게 해준 분”이라고 그리움을 나타냈다. “장쩌민의 시대는 지금보다 관대했다”거나 “장쩌민에 대한 많은 비판을 들었지만 그가 비판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칭송할 만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영어와 러시아어 등에 능통했고 박학다식하며 인간적이었던 생전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도 잇따라 올라왔다. 장 전 주석은 재임 기간 인권 탄압과 부패 문제 등으로 비판 받았지만 2000년대 들어 그의 ‘두꺼비’ 별명을 패러디하는 문화가 유행할 정도로 대중에게 친근했다. 이러한 현상은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시진핑 시대와 대비되면서 장쩌민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 전 주석의 사망 시점도 미묘하다는 평가다.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혔던 후야오방 전 총서기는 86년 발생한 학생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실각했다. 공산당은 당시 후야오방에 대해 “정신적으로 오염됐고 계급 자유화에 반대하는 당을 배척했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이후 89년 후야오방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그의 명예 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당국이 이를 유혈 진압한 사건이 천안문 사태다. 미국 CNN방송은 “중국인들은 사망한 지도자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역사가 있다”며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매우 민감한 시점에 찾아왔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1일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서거에 조의를 표하는 의미로 조기가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형식적으로 97년 덩샤오핑 사망 때와 같은 국가적 예우를 갖췄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등의 명의로 발표된 부고 서한과 시 주석이 위원장을 맡은 장례위원회 인적 구성 등이 유사하다. 특히 지난 30일 관영 CCTV 메인뉴스에서 장 전 주석 사망 소식은 전체 1시간가량 방송 중 40분을 차지했다. CCTV 메인뉴스에서 시 주석 관련 뉴스가 이처럼 뒤에 등장한 건 집권 1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의 관례대로라면 중국 정부는 오는 5일 고인의 시신을 화장한 뒤 6일 국장 격인 추도대회를 엄수하고 그 자리에서 시 주석이 추도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명보는 “고인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그를 성대하게 기리는 것이 현 지도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시위 기세는 한풀 꺾였다. 시위 정보를 주고받던 SNS 대화방도 방역 불만을 터뜨리는 대신 장 전 주석을 애도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추모 기간이 지나면 시위가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 각국에선 연대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과 시카고의 중국 영사관 앞에 수백 명이 모여 봉쇄 장기화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고 호주 시드니 타운홀에서도 200여명이 촛불집회를 벌였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한 장소에 많은 인원이 모이기 힘든 만큼 같은 시간 높은 곳에서 백지를 던지는 식으로 의견을 표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도심 육교와 아파트 고층 건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5800명으로 사흘 연속 감소했다. 중국의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 부총리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 약화, 백신 접종 확대, 예방 통제 경험 축적에 따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새로운 정세와 임무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고위 관리가 강력한 방역 정책을 정당화하는 경고 없이 바이러스의 성질 변화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 출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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