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감독 “고교생이 도박으로 수천만원 잃는 현실, 비추고 싶었죠”

남수현 2022. 12. 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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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의 세 주인공 연시은, 안수호, 오범석을 연기한 배우 박지훈(오른쪽부터), 최현욱, 홍경. 사진 웨이브


“어릴 땐 다들 서투르고, 실수를 반복하고,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하잖아요. 내가 다치기도 하고요. 그렇게 상처받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어른이 되어 온 게 아닐까? 지금도 계속 실패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었어요.”

지난달 18일 공개 직후 올 한해 웨이브 유료 가입자를 가장 많이 이끌어낸 콘텐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호평 받고 있는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 유수민 감독의 말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약한영웅’은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을 중심으로, 반에서 아웃사이더였던 세 친구가 학교 안팎의 폭력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물이다.


“내가 잘 아는 ‘남고’ 세계…그 시기 떠올리며 작업”


주인공 대부분이 10대인 학원물이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액션 수위가 높고 그만큼 감정의 농도도 짙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 감독은 10대의 정서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그 시기 내 모습을 계속 떠올리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8부작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비하인드컷. 사진 웨이브


단편영화 두세 편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인 신예 유 감독이 8부작 시리즈물 연출을 맡게 된 건 왜였을까. 시작은 지난해 넷플릭스의 화제작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의 제안이었다. 유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가 영화제에 출품됐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한 감독이 유 감독을 눈여겨보고 “(웹툰) ‘약한영웅’ 알아? 네가 한번 써봐”라며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이날 삼청동 다른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한 감독은 유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이유에 대해 “따뜻한 에너지를 가진 유 감독이 작품에 더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작품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한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대본 집필부터 촬영·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놓치는 부분을 잡아주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줬다”고 말했다.
“의지가 많이 됐어요. 비유하자면, 제가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이건 이렇게 풀어야지’ 느낌으로 잡아주셨고, 잘 풀면 ‘아이고, 잘했어’하며 독려도 해주셨죠. 작품 외적으로도 ‘감독은 이런 걸 해내야 하는 사람이야’ 하는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셨고요.”

웨이브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을 연출한 유수민(왼쪽) 감독과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한준희 감독. 사진 웨이브


드라마 ‘약한영웅’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연시은이 지능형 싸움을 벌인다는 큰 뼈대만 유사하며, 시은과 수호(최현욱), 범석(홍경) 세 친구의 우정이 서사의 주축인 지점은 드라마에서 새로 각색된 포인트다. 유 감독은 “내가 겪은 그 시기를 계속 떠올리면서 세 친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캐릭터의 여러 부분을 보충했다”며 “세 아이들 안에 내 모습이 조금씩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저도 남자 고등학교를 나와서 그 세계 힘의 논리나 위계가 어떤지 알거든요. 신나서 집필했던 것 같아요. 작품 공개되고 어릴 적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는데, 다들 자기가 안수호 같았다면서 ‘옛날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 비하인드컷. 유수민 감독은 "액션신에서는 인물들이 왜 싸우는지 감정이 중요했다. 감정이 터질 듯이 담긴 상태로 결전하기를 바랐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사진 웨이브

“실제 고등학생들 인터뷰…도박 문제에 놀라”


세 친구가 학교 밖을 떠도는 가출팸 청소년들과 얽히면서 더 심각한 폭력에 얽히는 대목도 웹툰에는 없는 부분이다. 드라마는 학교 폭력에 마약, 청소년 도박까지 활용되는 요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리얼리티와 동시에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까지 확보했다.
유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지금 고등학생들이 겪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보기 불편하더라도 끄집어내서 똑바로 비춰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고등학생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몇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이 청소년 사이에서 돈다는 얘기는 저 어릴 때도 본드나 가스가 있어서 놀라진 않았지만, 스포츠 도박까지 한다는 얘기는 좀 놀라웠어요. 한 고등학생 배우는 자기 친구 중에 도박으로 3000만원에서, 많으면 1억원까지 잃은 애들도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유수민 감독은 '약한영웅'의 액션 가운데 연시은(박지훈)의 액션의 경우 "웹툰에 나오는 기술을 현실로 옮겼을 때 말이 안 돼 보일 수 있어서 현실적으로 그리려 노력했다"고 했다. 사진 웨이브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흡입력 높은 액션은 “액션에도 감정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었다. 유 감독은 “이 아이들이 왜 싸우는지, 그 감정이 터질 듯 충만한 상태여야 주먹질도 타격감이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각기 다른 무술을 쓰는 것도 재밌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시은이는 어찌 보면 ‘반칙왕’인데, 그런 아이와 다른 스타일의 상대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말미에 연시은이 새로운 고등학교로 전학 가며 또다시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암시를 남기고 끝났기에 시즌2에 대한 궁금증도 많지만, 유 감독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짧은 시간 동안 달려와서 지금은 다른 생각 없이 쉬고 있는 중”이라며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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