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에서 발견한 우리네 것의 소박한 아름다움

이경진 2022. 12. 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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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온 낯선 이름의 물건들로부터 발견하는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

우리 선조들은 과연 자신들이 사용하던 대나무 통발과 망태, 거름통과 무려 똥바가지까지 미래의 박물관에 전시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언제부턴가 우리 옛 공예품들이 눈에 들어오더니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 사건이 있었는데, 결정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충남 온양민속박물관의 선전 덕분이었다. 얼마 전 화보 촬영차 이곳을 방문한다는 이에게 “소문만으로 듣던 도록 두 권만 구해주오” 했던 책을 실제로 건네받았을 때의 감동이란. 젠체하지 않는 공예 작품의 매력을 각자의 사진술로 끌어낸 작품집은 사진가 구본창이 찍은 전시 도록 〈자연의 도구〉와 사진가 김경태가 공예 소장품을 담은 유물 도록 〈공예: 재료와 질감〉이었다. ‘욕심 없이 만든 것은 왜 아름다울까?’라는 화두를 던지며 작업에 참여한 사진가 구본창의 〈자연의 도구〉는 권위를 내세우지도, 기교를 부리지도 않은 일상 물건을 감성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발에 차이는 돌멩이나 바닷가에 널린 조개 · 소라 껍데기는 물론 금, 은, 동처럼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광물을 가공한 곱돌주전자, 은장도, 옥바리 같은 공예품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아낸 사진가 김경태의 〈공예: 재료와 질감〉은 당대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물론 선조의 위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엘르 데코〉의 북 에디션을 기획할 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이 유물집을 한데 엮어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덕분에 전통 기법인 옻칠을 통해 루이 비통 트렁크만큼이나 강한 내구성을 자랑했던 우리 선조들의 여행용 가방 ‘행담’과 한지에 콩기름, 들기름을 여러 번 덧발라 우산 대신 사용한 ‘갈모’, 칼과 함께 젓가락을 넣어 다니며 음식에 든 독의 유무를 판단했던 휴대용 은장도같이 평범한 재료에 지혜를 담은 제품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고,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옥바리’를 통해 성별에 따라 밥그릇 형태가 달랐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값지다. 보리 짚과 대나무, 싸리나무, 종이, 조개 같은 재료의 변화무쌍한 형태는 또 어찌나 감동적인지. 사실 온양민속미술관은 건축으로도 견줄 곳이 없을 정도. 공주 무령왕릉 내부를 모티프로 조성한 벽돌 쌓기 방식의 이 멋진 박물관은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고 김석철 건축가가 긴 처마와 누마루 같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녹여낸 곳이고, 과거 온양미술관으로 불렸던 구정아트센터는 고 이타미 준 건축가가 거북선 지붕과 충청도의 ‘ㅁ’자형 가옥 등을 모티프로 설계해 두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보길 권한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주인공은 너무 평범해서 그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우리네 것들이다. 이 지면 전시를 빌려 우리 생활도구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사진가 구본창이 담아낸 자연의 도구
'욕심 없이 만든 것은 왜 아름다울까?' 구본창의 질문에 답하는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도구들.
곡식 등을 담는 용도로 독특하게 보리 짚으로 제작한 ‘섬’.
얕은 냇물에 눕혀놓고 물고기를 잡는 대나무 ‘통발’.
쇠죽과 여물을 퍼 옮기는 나무 ‘쇠죽바가지’.
강가에서 잡은 고기를 보관하기 위한 ‘망’.
씨앗과 달걀, 간단한 일상용품을 보관하는 용도의 ‘뒤웅박’.
싸리나무나 대나무를 가늘게 깎은 후 조개 모양으로 엮어 만든 ‘바소거리’와 등태(등받이)를 붙인 ‘지게’.
함경도와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겨울철 김치를 보관하던 ‘김칫독’.
사진가 김경태가 빚어낸 공예의 질감
문화가 온전히 담긴 우리의 공예품을 김경태의 사진을 통해 만나는 시간.
무관이 공식적인 업무에 착용한 갓 ‘주립’은 사기를 돋우기 위해 붉은색 옻칠을 했다.
여러 개의 합을 포갠 20세기의 대나무 ‘도시락’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위생적이다.
남녀 구분 없이 애용한 19세기의 휴대용 ‘은장도’엔 젓가락을 넣어 다니기도 했다.
열에 잘 견디며 보온성이 좋아 약이나 차를 달이는 용도로 사용된 19세기 ‘곱돌주전자’.
성별에 따라 밥그릇 형태가 달랐던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그릇 ‘옥바리’.
종이로 노끈을 꼬아 만든 여행용 가방 ‘행담’은 옻칠로 마감해 방수 · 방충 등 내구성을 높였다.
비가 올 때 우산 대신 갓 위에 덮어 썼던 20세기 ‘갈모’는 한지에 콩기름 혹은 들기름을 덧발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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