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에서 발견한 우리네 것의 소박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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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과연 자신들이 사용하던 대나무 통발과 망태, 거름통과 무려 똥바가지까지 미래의 박물관에 전시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언제부턴가 우리 옛 공예품들이 눈에 들어오더니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 사건이 있었는데, 결정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충남 온양민속박물관의 선전 덕분이었다. 얼마 전 화보 촬영차 이곳을 방문한다는 이에게 “소문만으로 듣던 도록 두 권만 구해주오” 했던 책을 실제로 건네받았을 때의 감동이란. 젠체하지 않는 공예 작품의 매력을 각자의 사진술로 끌어낸 작품집은 사진가 구본창이 찍은 전시 도록 〈자연의 도구〉와 사진가 김경태가 공예 소장품을 담은 유물 도록 〈공예: 재료와 질감〉이었다. ‘욕심 없이 만든 것은 왜 아름다울까?’라는 화두를 던지며 작업에 참여한 사진가 구본창의 〈자연의 도구〉는 권위를 내세우지도, 기교를 부리지도 않은 일상 물건을 감성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발에 차이는 돌멩이나 바닷가에 널린 조개 · 소라 껍데기는 물론 금, 은, 동처럼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광물을 가공한 곱돌주전자, 은장도, 옥바리 같은 공예품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아낸 사진가 김경태의 〈공예: 재료와 질감〉은 당대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물론 선조의 위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엘르 데코〉의 북 에디션을 기획할 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이 유물집을 한데 엮어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덕분에 전통 기법인 옻칠을 통해 루이 비통 트렁크만큼이나 강한 내구성을 자랑했던 우리 선조들의 여행용 가방 ‘행담’과 한지에 콩기름, 들기름을 여러 번 덧발라 우산 대신 사용한 ‘갈모’, 칼과 함께 젓가락을 넣어 다니며 음식에 든 독의 유무를 판단했던 휴대용 은장도같이 평범한 재료에 지혜를 담은 제품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고,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옥바리’를 통해 성별에 따라 밥그릇 형태가 달랐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값지다. 보리 짚과 대나무, 싸리나무, 종이, 조개 같은 재료의 변화무쌍한 형태는 또 어찌나 감동적인지. 사실 온양민속미술관은 건축으로도 견줄 곳이 없을 정도. 공주 무령왕릉 내부를 모티프로 조성한 벽돌 쌓기 방식의 이 멋진 박물관은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고 김석철 건축가가 긴 처마와 누마루 같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녹여낸 곳이고, 과거 온양미술관으로 불렸던 구정아트센터는 고 이타미 준 건축가가 거북선 지붕과 충청도의 ‘ㅁ’자형 가옥 등을 모티프로 설계해 두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보길 권한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주인공은 너무 평범해서 그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우리네 것들이다. 이 지면 전시를 빌려 우리 생활도구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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