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타무 맥퍼슨의 컬러 플레이

이경진 2022. 12. 1. 14: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더프리티버즈'를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블로거 타무 맥퍼슨의 톡톡 튀는 인테리어.

“삶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중요하지 않아요. 진정한 집은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간직한 곳, 현재의 순간을 살고 있는 바로 그곳이니까요. 나는 항상 마음속에 뿌리를 간직하고 있어요.” 15년째 밀란에 살고 있는 타무 맥퍼슨은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타무 맥퍼슨에게 밀란은 이탈리아 출신의 남편과 아들, 자신의 커리어까지, 가장 소중한 것들이 있는 도시다. 타무는 뉴욕에서 법학을 공부할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학업을 이어가는 대신 자신의 열정을 좇기로 결심했고, 2008년 다인종·다문화 테마로 사람을 사로잡겠다는 뜻으로 ‘올더프리티버즈(alltheprettybirds.com)’라는 이름의 라이프스타일 블로그를 개설했다.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소셜 네트워크 사업에 겁 없이 뛰어든 그녀는 2011년 이탈리아 〈그라치아〉 매거진 편집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타무 맥퍼슨은 2년 후 돌연 〈그라치아〉를 그만두고 자신의 사이트에 ‘치프 러버’(Chief lover)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그녀는 추종하는 수많은 팔로어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 됐다. 팔로어들은 그녀를 ‘치프’(우두머리)라 부르고, 그녀는 팔로어를 애정 어린 표현으로 ‘플록’(집단을 이루는 무리)이라고 부른다.

타무 맥퍼슨의 개성 강한 스타일과 컬러를 보는 높은 안목은 20세기 초기에 지어진 이 오래된 아파트를 꾸밀 때 요긴하게 쓰였다. 사실 이 아파트는 그녀가 ‘세뇨라’라고 부르는 시어머니가 아들 부부에게 선물로 준 집이었다. “집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옷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커다란 부분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죠. 그다음에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주변에 서로 다른 색깔들을 입히고요.” 운 좋게도 이 집에는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이 가득했다. 거실에는 루이지 카차 도미니오니의 소파 세트가 있는데, 이것 또한 시어머니가 준 선물이다. 타무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어머니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계세요! 그녀의 취향은 놀랄 정도로 멋져요. 전 어머니를 신봉하는 팬 중 한 명이죠.” 그녀가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카를로 스카르파의 식탁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것 역시 시어머니에게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타무의 아파트에 있는 가구의 대부분은 수 년에 걸쳐 이 집에 오게 됐는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고가의 가구들이다. 적자색 커버로 덮인 놀(Knoll)의 플로렌스 소파부터 서재에 있는 여러 컬러가 혼합된 등받이 의자들까지 모두 톡톡 튀는 색의 향연 그 자체다. 유서 깊은 방에 현대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서재 의자들은 밀란에 있는 갈레리아 루이사 델레 피아네(Galleria Luisa Delle Piane)에서 엄선해 가져왔다.

타무는 올해 록다운 기간 동안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하루 24시간 같은 곳에서 거의 두 달 동안 지낸다면 소파에 얼룩이 묻고, 화병이 부서지고, 마룻바닥이 깨지는 일은 일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집에 있는 내내 해야 할 일이 끊이질 않더군요.” 그녀는 현실을 인정하며 말했지만 전통과 현대성이 강렬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 아파트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변함없었다. 타무 맥퍼슨은 농담처럼 자신을 ‘떠돌이 여자’를 뜻하는 ‘백 레이디(Bag Lady)’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브라질 예술가 마르셀 코르데이로의 그림에 묘사된 인물과 자신이 닮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 그림은 그녀의 작업실 책상 뒤에 걸려 있다. 자칭 ‘떠돌이 여자’라는 타무 맥퍼슨은 실제로 호사스럽고 강렬한 컬러의 가방을 서슴지 않고 들고 다니는 진짜 ‘백 레이디’이기도 하다.

바닥에 목재 패널을 깐 널찍한 서재에 효과적인 컬러 매칭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가구들이 놓였다. (왼쪽부터) 크바드라트의 분홍색 커버를 씌운 빈티지 소파와 함께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두 개의 등받이 의자와 풋 스툴. 이 가구는 모두 갈레리아 루이사 델레 피아네 제품이다. 빈티지한 메탈 소재의 스튜디오 조명이 공간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카를로 스카르파의 테이블, 피렐리 옛 본사에서 직접 가져온 사이드보드가 식당을 채운다. 달처럼 둥근 펜던트 조명은 타무가 마켓에서 찾아냈다.
완벽한 대칭 구조로 균형을 이루는 거실. 브라운 컬러의 벨벳 소파 세트는 루이지 카차 도미니오니. 쌍으로 놓인 두 개의 모던한 안락의자는 앤티크 가구 시장에서 고른 것.
토르트 본체의 '셰도위' 암체어에 앉은 타무 맥퍼슨.
거실 벽은 세이지 그린 컬러 페인트로 칠했다. 유리 커피 테이블 역시 라이몬도 가라우에서 찾은 것. 왼쪽의 적자색 소파는 놀의 플로렌스 소파다.
맞춤 제작한 빌트인 옷장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다. 침대는 필립 스타크가 디자인한 카시나 제품. 천을 덧씌운 두 개의 안락의자는 195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에서 탄생했다.
빈티지 의자들과 책상은 모두 밀란의 빈티지 편집 숍 라이몬도 가라우에서 구입했다. 구석에 놓인 쇼군 스탠드 램프는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한 아르테미데 제품. 벽난로 위에 걸린 ‘백 레이디’는 마르셀 코르데이로의 작품.
마블 패턴의 조각 타일과 더스티 핑크 컬러의 도장으로 꾸민 욕실. 두 개의 앤티크 거울을 달았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