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CSIS 포럼] "美, 동맹 이익 고려한 아시아 정책 펼쳐야"

박현주 2022. 12. 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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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1 ' 미 중간 선거 이후 아시아 정책'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미국은 국익 중심 정책이 아닌 동맹과 우방국을 진정으로 위하는 대(對) 아시아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경기 침체를 중국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 됩니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아시아 정책'을 주제로 열린 1세션에서 "미 의회는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반중 노선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대외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국제사회에서 진영 대립의 양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전 세계가 앞길을 예측하기 어려운 어둡고 긴 터널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탈냉전 시기 평화와 번영의 견인차였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이제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빚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군사적 충돌의 위험까지 도래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우방과 연대를 강화하자 중국, 러시아, 북한도 이에 대응해 연대하며 '우리를 적대하지 말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양 진영 모두 국지적 연대를 바탕으로 지지 세력을 규합하며 대립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발의된 '미 혁신·경쟁법'에는 경제, 무역, 첨단기술, 군사안보, 외교 등 모든 전선에 걸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 의회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미·중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연은 바람을 맞아야 더 높이 난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한·미가 직면한 도전의 규모가 커질수록 동맹의 대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1 '미 중간 선거 이후 아시아 정책'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다니엘 커츠-펠란 포린어페어스 편집장·전 국무부 정책기획보좌관


지난달 미국의 중간선거는 평화롭게 마무리돼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향후 미국의 대 중국 기조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이견 없이 강경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차기 미국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이 되면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이어 다시 한번 미국의 명확한 입장을 보여줄 듯하다. 미국 내에선 미국이 더 이상 국제 문제에 국가 역량을 쏟을 게 아니라 동맹·우방국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마련됐다.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미국에 더욱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이는 미국이 향후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을 외치면서도 결국 자국 산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시사한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1 '미 중간 선거 이후 아시아 정책'에서 다니엘 커츠-펠란 포린어페어스 편집장이 발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의 급속한 악화에 어느정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다만 이를 근본적인 관계 전환으로 보긴 어렵다. 양국은 날이 갈수록 멀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세계가 분화할 수도 있다. 역내 국가들은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우방국 공조를 통해 중국의 공세 정책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미국의 관여 정책을 환영한다. 다만 동맹·우방국 일각에선 '미국이 지나치게 안보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동맹 규합을 시도하는 건 아닌가', '안보 중심의 대미 공조가 과연 경제적 혜택으로 이어지는가', '미·중 대결의 종착지, 즉 '엔드게임'(end-game)의 비전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1 '미 중간 선거 이후 아시아 정책'에서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존 햄리 CSIS 소장 겸 CEO


최근 민주당, 공화당이 서로 경쟁하듯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며 반중 노선을 띠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 침체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를 탓했다. 반면 지난 3년 동안 미국은 계속해서 경제 위기의 원인을 중국에서 찾았다. 옳지 못한 일이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봉쇄(contain)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쫓아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아시아 국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결국 중요한 건 과연 아시아 국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다. 자국 중심의 이해관계를 따지며 정치적으로 아시아를 바라봐선 안 된다. 아시아 국가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게 아니라 각국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반면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는 일견 '보호주의'(protectionism)처럼 들린다. 자국 일자리를 보호하고, 반도체 지원법(CS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법안을 통해 미국의 경제를 부흥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1 '미 중간 선거 이후 아시아 정책'에서 존 햄리csis 소장겸 ceo가 발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7년을 전후로 기존의 포용 정책에서 견제 정책으로 전환됐다. 현재 미국의 정책 결정자 상당수가 중국이 냉전기 소련보다도 향후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갈 것이고 그럴수록 미국은 더욱 강한 수위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의 첫 목표는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고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도 중국과 섣불리 군비 경쟁에 돌입하거나 군사적 충돌을 빚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한다. 당장 중국을 봉쇄한다든가 냉전에 들어가는 건 미국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1 ' 미 중간 선거 이후 아시아 정책'에서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중앙일보-CSIS 포럼

「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포럼은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열리는데 최근 2년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특별취재팀=이철재·강태화·정영교·정진우·박현주·김홍범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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