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에 깃든 아프리카의 ‘슬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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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시고 버려진 술병의 병뚜껑, 그 작은 알루미늄 조각들을 얇게 편 뒤 이은 금속 태피스트리 작가 엘 아나추이의 새로운 작업들이 한국을 찾는다.
엘 아나추이는 1990년대 말부터 버려진 병뚜껑을 비롯한 알루미늄 조각 수천개를 구리 끈으로 엮어 금속성 태피스트리처럼 만든 뒤 이를 변형한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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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다 마시고 버려진 술병의 병뚜껑, 그 작은 알루미늄 조각들을 얇게 편 뒤 이은 금속 태피스트리 작가 엘 아나추이의 새로운 작업들이 한국을 찾는다.
서울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는 내년 1월 29일까지 엘 아나추이 개인전 ‘부유하는 빛’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엘 아나추이는 1990년대 말부터 버려진 병뚜껑을 비롯한 알루미늄 조각 수천개를 구리 끈으로 엮어 금속성 태피스트리처럼 만든 뒤 이를 변형한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업의 주요 소재인 병뚜껑은 아프리카 식민 역사를 투영한다. 식민지 시대, 사탕수수 재배에 투입하기 위해 아프리카 노예가 동원됐다. 그렇게 재배된 사탕수수 당밀은 럼주의 원료가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술이 서아프리카 해안으로 선적돼 다시 노예와 물물교환됐던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 작가는 이후 반강제적 무역협정에 따라 수입된 술병 뚜껑을 모아 작업하며 아프리카 문화에 깊게 뿌리내린 서구 문화의 충격을 은유한다.
아나추이의 작품은 새로운 조형 언어의 시도로 호평받는 동시에 메시지 속 아프리카 후기 식민주의 트라우마를 상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런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황금사자상(평생공로)을 수상했다.
버려진 소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과거 작가는 "사람들이 만져 숨결이 닿은 것들에는 그 사람의 DNA나 에너지가 남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소재를 작품에 사용함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역사와 이야기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결국 작가는 쉽게 지나치는 작은 오브제도 예술적 가능성이 깃들었음을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통해 강렬한 시각 언어로 전달한다.
엘 아나추이의 작품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드영미술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독일 뒤셀도르프의 쿤스트팔라스트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그의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 파리 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전시 행사에서 소개돼 왔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진행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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