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안동하는데…안동 없는데?" 남이섬 신화 쓴 그의 '팩폭'
“안동 사람들은 참 웃겨요. 다 안동을 앞에 붙여요. 안동한우, 안동한지, 안동문어, 안동국수, 안동생강, 안동참마….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건데, 막상 안동에 가면 안동이 안 보여요. 안동 사람들이 안동을 입에 달고 살듯이, 안동의 최고 콘텐트는 안동 자체입니다. 안동은 안동을 팔아야 합니다.”
남이섬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69) 제주 탐나라공화국 대표가 진단한 안동 관광의 오늘이다. 강우현 대표는 “다들 안동 안동 하는데 막상 안동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없다”고 꼬집었다. 사실 관광에서 브랜드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이를테면 전 세계는 뉴욕을 사랑하지 미국 뉴욕시를 꿈꾸지는 않는다. 에베레스트를 동경하는 것도, 에베레스트가 안락하거나 값싼 여행지여서가 아니다. 에베레스트여서, 수천만 원 쓰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며 그 설산을 욕망한다. 강우현 대표가 집어낸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안동을 브랜드로 육성하자.’
강우현 대표가 안동 관광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안동시 한국정신문화재단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부터 넉 달간 안동을 드나들며 안동의 새 브랜드를 제작했다. 강우현 대표는 브랜드 제작을 위해 안동에서 안동 관광기업 10여 곳을 상대로 세 차례 교육을 진행했고, 안동의 관광기업도 남이섬과 제주 탐나라공화국을 방문해 현장에서 또 교육을 받았다. 명인 안동소주, 안동한지, 안동생강, 하회도마, 교학사(1965년 개업한 안동 대표 서점), 안동회관(50년 전통의 불고기집), 일직식당(고 이동삼 명인의 아들이 하는 간고등어 식당) 등 안동의 주요 관광기업이 교육에 참여했다.
관광 브랜드에 관한 한 강우현 대표는 선구자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인 강 대표는 이미 2006년 남이섬을 가상국가인 나미나라공화국으로 개편했고, 2014년엔 제주도에서 탐나라공화국을 개국했다. 관광지에서 입장권을 여권처럼 만들고, 자체 화폐를 발행해 사용하는 건 남이섬에서 이미 16년 전에 도입한 아이디어다.
강우현 대표가 만든 안동 관광브랜드는 오로지 안동만을 내세운다. 주저리주저리 해설을 달지 말고, 안동에 대한 자부심을 콘텐트이자 브랜드로 끌어올리자는 뜻이 담겨 있다. 하회마을·병산서원·봉정사·도산서원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네 개나 거느린, 스스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주장하는 안동이니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로고는 크게 두 가지다. ‘대한민국 안동(품)’과 ‘AND-ONG’. ‘대한민국 안동’이 경상북도 안동시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는 주문이 담긴 로고라면, ‘AND-ONG’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안동에 관한 선입견의 해체를 요구한다. ‘앤드옹’으로 읽힐 수도 있는, 어쩌면 장난 같은 접근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외려 친숙한 표기일 수 있다. 강우현 대표는 “자유로운 표기는 상상력을 자극한다”며 “옛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변화를 시도하자는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새 안동 브랜드는 안동시 관광협의회 소속 130여 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상품에 라벨을 부착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업체도 있고, 업체 홈페이지나 명함에서 이미 사용 중인 업체도 있다. 예컨대 명인 안동소주는 술병에 스티커를 붙이고, 하회도마는 라벨을 걸고, 안동 시티투어는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안동’ 배너를 띄우는 식이다. 안동시 관광협의회 권혁대 회장은 “안동을 전면에 내세우니 솔직히 고맙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며 “안동의 관광기업도 ‘안동스러움’에 관해 더욱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브랜드로 갈아입은 안동 관광기념품은 11월 23∼25일 안동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재는 남이섬에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12월 15일 남이섬 전시회가 끝나면 안동시청에서 전시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남이섬 신화의 주인공이 전통문화의 도시 안동과 처음 협업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새 관광브랜드를 더 활발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글ㆍ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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