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활 날갯짓 극장가에 마중물 댈 때다

2022. 12. 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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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장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극장가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상장 기업인 CJ CGV는 지난 3분기 실적 공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범죄도시2’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1000만 영화로 등극하면서 여름 성수기에 한국영화 기대작 네 편이 한꺼번에 1주일 간격으로 개봉했고 추석 연휴에는 ‘공조2’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극장가가 지난 4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이 해제된 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범죄도시2’에 이어 1000만 영화를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던 올여름 한국영화 네 편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 성적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산: 용의 출현’과 ‘헌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선전했고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은 한겨울
국민 문화생활 심대한 타격 우려
정부와 국회가 지원책 마련하길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우울했던 여름 영화시장은 추석 영화 개봉에도 영향을 줬다. 그동안 추석 대목에 관객들이 볼만한 영화는 2~3편이 나란히 경쟁하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공조2’만이 개봉해 추석 극장가도 전체적으로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다.

극장가 비수기인 10월과 11월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극장가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10월 한 달 극장을 찾은 관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보다 58.3%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과 2021년 연간 관객이 75% 가까이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1월에도 할리우드 기대작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개봉해 눈길을 끌었지만, 극장가의 기대치에는 절반도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성적은 더욱 안타깝다. 10월 말 개봉했던 ‘자백’은 관객들의 실평가지수인 ‘CGV 골든 에그 지수’가 95%로 호평을 얻고 있지만, 73만 명이 약간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을 뿐이다. 코로나19 이전 같으면 제작비나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관객들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200만~300만 명은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영화다. 11월에 개봉한 한국영화 ‘동감’이나 ‘데시벨’ 등도 기대에 못 미치는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극장가는 생존을 위해 희망퇴직, 고정비 절감 및 운영 효율화,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으며 어렵게 버텨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영화산업 총매출은 2019년 2조5093억원, 2020년 1조537억원, 2021년 1조23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3조원가량의 매출이 감소했다. 극장 매출도 2019년 1조9140억원에서 2021년 5845억원으로 급감하면서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을 중단하면 손실 폭이 줄어드는 것을 알았지만, 영화산업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전면적인 영업 중단은 하지 않았다. 영화산업은 투자·제작·배급·상영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구조다. 극장이 문을 닫고 멈추면 투자·제작·배급·마케팅 등 모든 분야가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도가 운송사업의 국가 기간산업이듯이 극장은 영화계의 기간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도 운송이 멈추면 국가의 모든 생산에 차질이 초래되듯이 극장 운영이 멈추면 영화계 전반은 물론이고 국민의 문화생활에도 엄청난 충격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23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영화산업의 중요성과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고 영화관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화산업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야말로 영화산업의 든든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영화관이 문을 닫아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이야말로 민생을 책임지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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