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52) 잃어버린 이름
2022. 12. 1. 00:19
잃어버린 이름
이한성(1950∼)
오랜 세월
그냥
슬기 엄마로 살았다.
어쩌다 병원에서
이름을 부를 때면
빨갛게
얼굴 붉히는
아내는 소녀였다.
-바람구멍(책만드는집)
어머니의 이름을 찾아드리자
우리 가족이 파리에 살 때, 서울에서 온 전화를 받고 아내가 눈물을 왈칵 쏟은 적이 있다. 국제전화를 걸어온 대학 동문이 아내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늘 아무개 엄마로 불려온 아내, 특히 파리에 간 이후에는 자기 이름을 불릴 일이 거의 없었던 아내가 호명(呼名)을 듣고 울컥했던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이름을 잊고 살았다. 아이들의 엄마거나, 남편의 아내로 살아온 어머니들. 우리는 어머니들의 이름을 찾아드려야 한다. 그리고 정답게 불러드려야 한다. 그 어머니가 이번에는 학교 선생인 아들에게 이렇게 이르신다.
‘애비야,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말썽 피운 아이들을 가지 치듯 자르지 마라./ 봉분(封墳) 옆 산죽(山竹) 하나가 말귀를 트고 있었다.’(어머니의 말 4)
어느덧 12월.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갈 때면 더욱 그리운, 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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