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MONEY, 빛과 그림자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2. 11. 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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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네옴시티’…결국 ‘오일머니’ 덕
우크라戰 땡큐…마지막 ‘오일 붐’일 수도

‘모든 것을 다 가졌고, 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남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국내 산업계가 떠들썩하다. 그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고 불리는 사우디 실세다. 무엇보다 인류 최대 역사로 불리는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비전 2030’ 일환으로 짓는 신도시다. 총 사업비 5000억달러(약 663조원)를 들여 사막과 산악지대를 서울의 44배에 이르는 2만6500㎢ 도시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자산 2500조원을 가진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만큼 공상 만화 같아 보이는 프로젝트에도 전 세계가 거는 기대감이 높다. 한국 기업이 네옴시티에 주목하는 것은 주택 건설부터 인프라, 모빌리티,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형 수주가 가능해서다. 빈 살만 왕세자가 24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방한 일정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만났다는 점은 중동 오일머니의 막강한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재계는 사우디와의 협력이 상상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는 중동 건설 붐을 타고 거둬들인 오일머니로 국가 성장을 이뤘다. 이번에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다시 전성기

▷석유 의존 탈피 위해 곳곳 투자

오일머니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뛰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은 이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4년 동안 1조3000억달러(약 1800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이번 가격 상승으로 중동 국가들은 10년 만에 경제 침체에서 벗어났다. 원유 가격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국가들은 앞서 1970년대와 1980년대, 2000년대 초반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오일 붐이 찾아오며 호황을 누렸다. 이전 오일 붐 기간 중동 국가들은 석유를 팔아 축적한 부를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하거나, 무기를 구입하거나, 자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 없이 낭비하는 데 급급했다. 오일머니가 바닥나며 건설 프로젝트가 멈춰 선 경우도 잦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출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감시가 잘되지 않고, 부패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동 국가의 각오가 다르다. 어쩌면 이번 오일 붐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다. CNN은 “서방 국가의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석유와 천연가스 주요 공급 채널이 사라지며 국제유가 상승 사이클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국가의 석유 의존도 탈피 노력은 일찌감치 진행 중이다. 아랍에미리트가 두바이를 관광과 투자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것은 대표적인 혁신 사례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진작부터 비석유 부문에 적극 투자해왔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역시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몸부림의 일환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국가의 오일머니 투자는 고유가 이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2000년대에는 플랜트, 2020년 이후에는 신도시 건설과 탄소중립 프로젝트에 주력하며 오일머니 효과를 누리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오일머니로 이뤄진 국부펀드의 위력은 엄청나다. 자산 규모 상위 10개 국부펀드 중 산유국 펀드가 절반을 차지한다. 아부다비(AIDA), 쿠웨이트(KIA), 사우디(PIF), 카타르(QIA) 등 중동 4개국이 450조~700조원으로 10위권에 포진돼 있다. 중동 국가는 아니지만 산유국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자산 규모가 1338조원으로 세계 1위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이미 전 세계 각 산업에서 막대한 파워를 행사해왔다. 최근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초토화됐다. 세계 최대 가장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인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FTX 파산에 따른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러브콜을 보낸 곳도 오일머니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오 CEO가 자신이 공언한 ‘가상자산 산업 회복 기금’ 조성을 위한 현금 마련차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로 직접 날아가 주요 투자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스포츠계서 오일머니 파워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 7곳을 새로 지었고, 1곳을 증축했다. 또 곳곳에 훈련장까지 마련하며 사실상 축구 인프라 자체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5일 이번 대회의 투자비용을 2290억달러(약 311조원)로 추산했다. 이전 대회인 2018 러시아 대회(116억달러)의 19.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축구계는 이미 오일머니가 장악한 영역 중 하나다. 프랑스 프로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라는 세계 최고 축구 스타가 모였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선수들을 사 모을 만큼 구단 재정은 넉넉하다. 이 팀을 소유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세계 최고 부자 구단주라서다. 그의 재산은 수백조원에 달한다. 한국에 익히 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갖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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