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독과점’ 우려 딛고 순항할까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2. 11. 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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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급제동이 걸렸다. 영국에 이어 미국까지 기업결합 심사를 연장하면서 합병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순조롭게 마무리될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 제공)
▶결합심사 유예했던 英

▷‘독과점 해소’ 시정안 전격 수용

영국 시장경쟁청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은 소비자와 기업들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며 태클을 걸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인천~런던을 오가는 노선을 단독 운행하는 만큼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간 4만4021명까지 급감했던 양국 여객 수는 수년 내로 팬데믹 이전 수준인 15만명(2019년 기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영국 시장경쟁청은 두 항공사 합병이 항공 화물 서비스 부문에서도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부문에서도 양국 간 직항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 항공사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국 시장경쟁청은 지난 11월 28일 “대한항공의 독과점 해소 시정조치안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이 수용된 만큼 영국 측 결합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양 사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당장 결정을 내리지 않고 더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8월 말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에 자료를 제출했고, 당시 75일간 심사하기로 했다. 예정대로라면 11월 중순쯤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일정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양 사의 미주 노선 점유율이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주 화물운송 중 두 회사가 차지한 비중은 74.8%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절반을 넘는 51% 수준이고, 아시아나항공 비중은 23.8%다. 여객 역시 대한항공 47.4%, 아시아나항공 19.5%로 합산 67%에 달한다. 양 사의 미주 중복 노선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 등 총 5개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한 곳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두 항공사의 통합 출범은 불가능해진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튀르키예(터키), 필리핀, 호주 등 8개국이 승인을 내렸다. 영국, 미국 외에 남은 곳은 EU, 일본, 중국 등이다. EU와 일본에서는 사전심사, 중국에서는 본심사가 진행 중이다. 혹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되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초 대한항공은 주요국 심사를 마치고 연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영국, 미국이 태클을 걸면서 쉽지 않게 됐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더 늦기 전에 이들 국가 설득 작업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 미국 입장에서 승인할 계획이 없다면 검토하지 않고 바로 불승인했을 텐데 승인 과정, 절차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가별로 추가 자료 요청이 있으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합병 절차를 늦추는 것은 자국 산업 이익을 챙기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미주, 유럽 일부 노선 반납을 요구해 자국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얻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미국 정부에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아시아나 실적 악화도 변수

▷순손실 누적…완전자본잠식 우려

물론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하더라도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아나항공은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1조2793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6544.6%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3분기 들어서는 여객 사업 회복으로 2293억원 영업이익을 내기는 했지만 달러 강세 여파로 당기순손실(1723억원)을 피하지 못했다. 재무제표에 영업 외 비용으로 분류되는 외화환산손실 탓이다.

항공사들은 달러로 돈을 빌려 항공기 구매, 리스 대금을 지급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분기별 부채의 원화평가액도 늘어 회계상 손실로 분류된다. 외화차입금의 이자비용, 리스료까지 달러로 지급해야 해 환율 변화 후폭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외화부채만 4조8863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달러 순부채만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환율, 금리 변동으로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항공 스스로도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올 3분기 매출 3조6684억원, 영업이익 8392억원으로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했지만 호실적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화물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부정기편을 포함한 탄력적 노선 운영으로 여객 분야에서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아시아나 인수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합병을 주도한 KDB산업은행 책임론도 불거졌다. 산은이 독과점 이슈를 간파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두 회사 합병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앞서 2019년에도 산은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지만 올 초 EU 경쟁당국이 이를 불허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역시 특정 노선의 독과점 우려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해외 경쟁당국이 이를 문제 삼을 여지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뿐 아니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서도 글로벌 시장 논란이 커지면서 산은의 기업 인수합병 방침을 재점검해야 할 듯싶다. 시간에 쫓기듯 무리한 사업 재편에 나서지 말고 독과점, 기업 경쟁력 등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고 합병을 추진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 귀띔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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